(브라질 사회 읽기:한인의 미래) 처벌 받지 않는 나라
2018/10/04 00:1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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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학 박사수료)
 
가해자? 피해자?
 지인의 이야기입니다. Center Norte 쇼핑몰에서 저녁을 먹고 현금을 인출하러 2층 ATM 기기에 카드를 넣었는데 잘 들어가지 않는 겁니다. 근데 옆에 있는 여자가 도와 준다고 하며 카드를 쏙 밀어 넣었습니다. 뭔가 이상해서 카드를 빼려고 하는데 나오지가 않습니다. 아까 그 여자가 슬며시 다가와 기기 옆에 붙은 적힌 번호로 연락을 하면 도와 줄 거라고 합니다. 전화를 했더니 이름과 주소, CPF 등 정보를 물어보다가 카드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는 겁니다. 순간 식겁해서 끊었는데 그 때 갑자기 경찰이 들이 닥쳐서 그 여자를 잡아가더랍니다. 알고 보니 이들은 ATM 카드 투입구를 일부러 고장 내고 당황해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척하면서 비밀번호를 빼간 뒤 현금을 탈취하려는 3인조 강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때부터 시작되었지요. 브라질 법 상 범죄사실이 소명되지 않는 사람을 12시간 이상 구금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분은 어딘지도 모르는 경찰서에 불려가 밤새 피해자라고 증명해야 했습니다. 더군다나 약 2년이 지난 뒤 이 범죄자들이 다른 범죄와 연루되어 판결을 법정에 서는데 와서 그 때의 증언을 하라고 고지서가 날라 왔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 ATM 범죄는 사소한 것이어서 금방 풀려났나 봅니다. 이 분은 돈과 시간을 빼앗기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보복은 당하지 않을까 하는 심리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브라질의 법은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르겠습니다.
 처벌 받지 않는 나라
 브라질은 법이 있지만 법의 집행은 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브라질 법은 세계 최고의 법이라 불리는 로마법을 모형으로 만들었습니다. 복잡하고 전문적이고 판례도 많지요. 하지만 문서화된 법과 실제 법의 집행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외대 Helder do Vale 교수의 중앙일보 기사 ‘Brazil against Impunity’(2008)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사회 범죄와 관련되어 처벌 받지 않는 건수는 놀랄 만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2017년 60개국을 조사한 글로벌 면책 지수(GII, Global Impunity Idex)에서 7위이고 언론인 보호 위원회 (CPJ, 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 조사에서 유죄 판결 없이 언론인을 살해한 상위 12개국 중 하나입니다. Helder 교수는 법치주의 적용을 통한 정의가 일반적이지 않는 사법 환경을 꼬집습니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정의를 가로막거나 그들의 범죄를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미비한 영향력으로 묘사하기 위해 자신들의 정치적인 위치의 권력을 사용한다고 지적합니다.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기 위한 정치권력의 의지, 성숙한 시민의식에 기반한 사회정의가 시급한 과제임을 브라질에서 살면서 여실이 느낍니다.
 한인 이민자들과 법
 그렇다면 브라질 한인들에게 브라질의 법은 어떤 의미일까요? 법의 수혜자입니까, 피해자입니까? 아니면 법은 나와 관련이 없습니까? 이민 초기 정착이 중요했던 시절, 영주권을 기다리기 위해 불법체류에 마음 졸이던 기억도 있고, 가게를 얻고 브라질인을 고용하고 말썽이 생겨 벌금에 스트레스 받는 것은 비일비재했지요. 수입 관세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며칠을 골머리 앓던 경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민 역사가 60년이 넘어가고 한인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과거와는 다른 다양하고 복잡한 브라질 법의 테두리에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브라질 법을 잘 알아야 합니다. 한인회와 영사관이 머리를 맞대고 브라질 법에 대해 소개하고 실제적인 적용을 할 수 있는 워크숍의 장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한인 법조인들을 꾸준하게 양성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처벌 받지 않는 나라이지만 아직도 소수민족 한인 이민자들에게는 법 집행의 범위와 삶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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