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낮에는 일을 하고 야간에 신학교에서 밤 10시 30분까지 공부를 바친 졸업생들은 자부심을 갖는다. 우리 부부는 해시피 숙소에서는 12시에 책크아웃을 하고 나가야 하는데, 해씨피에서 빠또스로 가는 뻐스는 하루 한 번 저녁 8시 반 밖에는 없다. 그래서 너무 오래 동안 밖에서 기다릴 수가 없어서 남편 김 목사님은 호텔 후런데스크에 양해를 구하여 오후 2시까지 나가기로 허락을 받았다. 늘 하던대로 아침예배를 호텔 방에서 드리면서 그날 읽어야 할 성경 말씀과 그날의 잠언을 읽고 기도를 드리고 예배를 마쳤다.
 우리는 빠또스 신학교의 졸업식을 마치고 다시 이곳을 다시 와서 비행기를 타고 쌍빠울로로 가야 한다. 그래서 해씨피에서 말씀을 전할 교회들의 목사님들과 약속을 재 확인하는 전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얼마 안 걸어서 끝없는 대서양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관광객들을 유치하려고 모래사장에 의자들과 햇볕을 막아주는 접는 천막 우산들이 벌써 가즈런히 펼쳐져 있었다. 계속해서 출렁이는 바다 물결은 작은 파도에도 은빛 같은 날개를 펄럭이는 듯 춤을 추며 자연을 지으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 같았다. 비키니 차림의 각양 각색의 남녀가 뚱뚱하면 뚱뚱한대로, 날씬하면 날씬 한대로 한껏 폼을 잡고 마치 반나의 횃숀쑈가 전 세계적인 관광 도시인 해시피 해변가 모래사장에서 위풍을 드러내고 있었다. 예닐곱 살쯤의 여자 아이가 파도가 밀려 올 때마다 퐁당 얼굴까지 파도 속에 파묻는 바람에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얼굴까지 퐁당 물속에 잠기는 아이를 보면서, 늘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긴다고 하면서도 얼굴은 남겨 놓거나 아니면 아예 온몸을 드러내고 있는 내 모습과 비교해본다. 아버지를 꼭 닮거나 엄마를 꼭 닮은 붕어빵 가족들이 눈에 띈다. 어쩜 저렇게 똑같을까? 이왕이면 나도 예수님을 꼭 닮은 붕어빵이 되고 싶은데.... 예수님의 분량에 이르도록....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힘쓰고 애쓰고 더욱 간절히 기도하셨던 주님을.... 성경은 주님을 꼭 닮은 믿음의 선진들을 얼마나 많이 소개하고 있는가? 욥 8:8 절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청컨대 너는 옛시대 사람에게 물으며 열조의 터득한 일을 배울찌어다”바닷바람이 대낮의 뜨거운 열기를 단숨에 몰아간다. 싱그러운 바다 바람을 폐속 깊히 담고 싶어서 복식 호흡을 몇 번 하고는 관광객들이 누리는 복을 단 한 시간에 다 누린 것처럼, 주님 때문에 대서양의 신선한 내음을 가슴에 듬뿍 담고 감사하며 숙소로 돌아왔다.선교지를 방문할 때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것 저것 나누고 싶어 가방을 채우다 보면 이리저리 끌고 다니기엔 80세가 다된 남편에게는 무리가 되어서 무거운 짐을 들고 옮기다 보면 팔이 아파온다고 했다. 남편 김 목사님이 왼쪽 어깨 밑에 팔을 주무르기에 물었다. “많이 아파요?” “무거운 짐들을 무리하게 들었나보오” 몸 안에 칼슘이 49퍼센트로 필요량 보다 훨씬 못 미치는 남편에게 무거운 짐을 과분하게 맡긴 것이 마음이 아팠다. 나도 75세가 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꾀가 나서 은근히 남편이 들어 주기를 기다리곤 했던터에 짐을 끌고 가는 남편의 뒷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짐은 무겁다고 느끼면서도 죄짐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감각조차 없이 무디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