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사역하던 교회의 한 청년이 미국을 다녀오더니 새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완전 돼지가 된 것이다. 어찌 이지경이 됐냐고 묻자 공부하면서 페스트푸드를 많이 먹어 그렇단다. 처음엔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곧 녀석에게 새로운 별명들이(알려드리고 싶지는 않다.) 붙자 자신도 이대로는 안되겠는지 다이어트를 선포하고는 헬스장 1년 회원권을 끊는다. 잘됐다 싶어 나름 기대를 했는데 녀석이 교회에 아예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운동 브렌드 차림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몸매는 여전히 미동이 없으시다. 나는 가장 친하다는 친구에게 “대체 저 녀석은 운동한다는데 어째 살이 안빠지냐?” 고 물었더니 한심하다는 듯 그 친구가 회원권만 끊고는 헬스장을 안나타난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매일 헬스장은 이 핑계 저 핑계로 빠지고 사놓은 운동화, 가방, 운동복 만 3-4벌 씩이 넘는다는 것이다.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청년은 당시 온 몸으로 받아들인 그 놈의 페스트푸드를 아직도 짊어지고 다니지만 여전히 운동복만은 포기하지 않으셨다.
 얼마 전 어떤 사역자에게서 문의가 왔다. “목사님 저희 교회 찬양팀 장비들을 구입하려는데 카운셀러 좀 해주세요.”. 나는 흔쾌히 “오케이!”하고는 담당자를 만나 몇가지 질문을 했다. 연주자는 몇 명인지, 찬양 대원은 몇 명인지, 규모는, 비용은 얼마나 생각하는지, 그런데 어째 답은 모두 한가지였다. “아직은 몰라요”, “잘 몰라요..”. 이상하다 싶어 물으니 아직 찬양팀은 세워지지 않았지만 미리 장비를 사놓으면 사람들이 세워지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나는 솔직한 의견을 말씀 드릴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그 교회의 음향 장비 구입은 한동안 보류하게 됐다.
어떤 분들은 내가 찬양 인도자이기 때문에 교회 음악의 발전을 지원한다 생각하신다. 하지만 꼭 그렇진 않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신약시대 초대교회에서도 찬양 인도자라는 직책은 원래 없었고, 구약의 레위인들도 찬양을 담당했지만 오히려 성막의 다른 잡다한 일들을 더 많이 했다. 찬양 인도자라는 직책은 지금 이 시대 교회의 예배를 더욱 잘 섬기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다시 말씀드려 찬양 사역자들도 교회의 여러 직책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부속품이다. 하나님을 찬양함에 음악보다 중요한 것,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리고 다음이 말씀으로 비롯된 삶이다. 말씀이 적용되지 못한 인생의 찬양은 더 이상 찬양이라 할 수 없다.
 그 어떤 장비와 악기들보다 온전히 준비된 찬양 인도자와 진정한 찬양을 하나님께 올려드리고자 하는 회중이 우선이다. 말씀도 없고, 찬양할 마음도 없는데 과연 악기와 조명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왜냐하면 받으실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며, 그 분은 밴드나 인도자의 찬양이 아닌 온 교회와 회중의 찬양을 받으시기 원하시기 때문이다.
 하긴.. 뭐 이런 것들 뿐이겠는가? 겉만 번지르르.. 때로 우린 참 많은 헛된 것들을 잔뜩 준비하고는 안전지대에 있다고 착각하면서 예배를 드린다. 마치 살빼겠다고 1년 회원권 끊고, 운동화와 운동복, 장비들을 왕창 구입하고는 운동은 뒷전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