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고 지낸 청년 자매 하나가 갑자기 단체 카톡으로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당분간 섬김을 중단하게 되어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사실 나는 그 문제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얼마 전 그 자매는 한 사건을 당했고, 그 일로 큰 경제적 손해를 입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자매는 그것이 본인의 잘못이라 믿고 많이 상심한 듯 하였다. 나는 개인문자로 이런 내용을 보냈다. “00야.. 많이 힘들겠지만 사단은 바로 이런 일들로 우리들이 포기하고 좌절하기를 기다리고 있단다.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아시고 채워주실테니 조금만 더 힘을 내어 마지막까지 잘 섬겨보지 않을래?” (아.. 내가 봐도 뽀대난다.) 하지만 역시 자매는 많이 힘들었나보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뭐 어쩌겠는가? 난 좀 실망했지만 그냥 알겠다 하고는 기도하며 기다려 주기로 했다. 그리곤 몇일이 지났다.
 어느 분이 어딜 좀 함께 가자 하셔서 그 분 차로 Centro를 다녀왔는데, 교회로 돌아와 내 차 키(Key)를 찾으려니, 없다?! 처음엔 그냥‘어디 두었나?’ 싶어 뒤져보다 가만 잘 생각해보니 아까 Centro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것이 분명했다. 큰일이었다! 하지만 금요일 오후였으니.. 주말이자 밤은 무엇이든 더 비쌀 것이 뻔하고.. 결국 나는 차를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다. 내 머리 속은 온통 오직 한가지 생각 뿐이었다. 늘“너는 대체 뭘 그렇게 맨날 잘 잃어버리냐?”고 집사람을 괴롭혔는데 이제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아름답게 꾸며 위기를 모면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심난하고 비극적인 상황에도 눈치없는 카톡은 끝없이 울려댄다. “목사님 우리 이번에 00 좀 해주세요”, “목사님 금요일에 00해 주시기로 한 거 아시죠? “목사님 상담 좀...”. 나는 갑자기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아 이 양반들이.. 지금 정신없어 죽겠는데.. !!”. 그런데 그 때였다. 왜 갑자기 그 청년 자매의 얼굴이 불쑥 떠오르는 것이었을까?
 난 전철에서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역에서 내려 잠시 머뭇거리다 그냥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리곤, 별 것 아닌 차 열쇠를 잃어버리기 전까지 정말 내가 잊고 있던 중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난 그 자매가 큰 일을 당했을 때 과연 그녀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을까?’ . ‘난 섬기는 것이 우선이라 했지만 하나님은 정말 그 자매보다 일을 더 중요타 하실까?’ ‘난 예수의 복음과 영혼 구원보다 혹시 사역의 성공과 목적을 위해 하나님의 이름을 간판 삼는 것은 아닐까?’작은 일을 당하고 당황하는 내 꼴을 보니 홀랑 벌거벗은 듯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남이 아팠던 그 자리에 올라 서서 보니 역시 나란 놈은 사역보다 나 자신 밖에 몰랐고 그것을 믿음으로 가장시켜 입으로만 위로 척, 사랑 척하는 쓰레기 목자였던 것이다. 나는 그 주 주일, 그 자매를 만나자마자 그동안 내가 그녀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지 못했음을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다. 하나님은 다시 한번 이렇게 내게서 작은 것을 잃게 하시곤 큰  깨달음을 주셨다. 그래서 새 열쇠와 알람을 맞추는데 약 700헤아이스 밖에.. 들지 않아서.. 감사했다. 하나도.. 안.. 아까웠다. 그래!!... 그래도 다음엔 웬만하면 집열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