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자 선교사(베데스다교회)
아침에 일어나 예배를 드리고 오늘을 위해서 구체적인 기도를 드린 후에 간단한 장을 보러 나갔다. 감자하나 양파하나 호박 한 개를 샀다. 가져온 밥솥에다 라면 봉지에 들어있는 스프를 넣고 찌개를 끓여볼 생각을 하니 군침이 돈다. 겨우 물이나 끓여 부어먹는 컵라면이나 혹은 일반 라면을 끓여 밥을 넣어 먹으면 선교지에서의 그 많은 세월속에서의 최고의 만찬이였었다. 그나마 금번에는 밑반찬이 아직 좀 남은 것은 빠또스에서 유예가 없었던 4번이나 브라질 교우들의 식사대접을 받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혹시 왜? 그리 궁상을 떠느냐고 하겠지만 선교지에서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쓰고 싶은 것 다쓰고 남을 도울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선교지에 올때마다 깨닫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이 보실 때에 꽤나 많은 구제를 하는 손이라고 말 할수는 없지만 마음이라도 그렇게 살고 싶은 것이 진심이고 보니 오늘 저녘 메뉴가 될 찌개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쌀과 라면, 그리고 밑반찬과 전기 밥솟이 자기들이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는 행운을 알고나 있는지.... 그들에게 소리치고 싶다 “야! 너희들 행복한 줄 알아 선교사 잘 만난 탓이라구” 아무리 뽐내 보아도 그들은 말이 없다. 자기들이 무슨 옥합을 깨뜨린 마리아의 침묵이라도 닮았다는 것인지.... 국물 없이 밑반찬을 만드느라 애를 썼어도 이곳 저곳으로 이동하는 동안에 국물이 쏟아지기도 하고 맛이 변하기도 한다. 장을 본 후에 이번만큼은 본격적으로 대서양 바닷바람을 마음껏 마셔보려고 작정하고 걸어서 10분 거리에 바닷가로 나갔다.
이곳 해씨피는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대서양이 끝도 없이 펼쳐있다. 의자를 빌려 많은 사람들 틈에 우리도 끼어 앉았다. 반나의 여체들이 밝은 햇빛에 반사되어 모래를 무대로 마치 미쓰 월드 대회라도 열린 것 같았다. 남녀 노소 할것 없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까지 조화를 이루어 대서양을 배경으로 물 만난 고기처럼 파도가 몰려올 때마다 숨박꼭질 하는 그야말로 초 대형 스크린이 살아 움직인다. 빠라이바주의 빠또스, 꼬찌아, 씨취 아뻴따두의 사역이 끝나고 장장 여덟 시간과 열 시간을 밤과 낮으로 뻐스에 시달린터라, 오늘 토요일 하루는 푹 쉬기로 작정했던바 선교지에서의 하나님께 허락받은 하루의 휴가로 이런 축복을 받게 될 줄이야..... 신선한 바다바람 덕분에 일 주일 동안 사역의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어제밤부터 주위에 식당을 기웃거리며 브라질 동북부의 인기음식인 무깨가라는 음식값을 물어 보고 다녔으나 결국은 물어 보는 것으로 끝내고 말았다. 주님 보시기에 물질관리를 제데로 하며 살았다고는 자부할 수 없는 죄송함 때문에 선교지에서만이라도 한 푼이라도 줄여 쓰고 한 푼이라도 더 나누고 싶은 마음이 서로 말은 하지 않았어도 남편의 마음과 통했나 보다.... 결국 남편 김 목사님이 그렇게 좋아하는 무깨까를 포기함으로, 우리는 금식하는 마음으로 45헤아이스 짜리 구운생선 한 마리를 둘이 뜯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생선을 먹는 동안 한 열 대여섯 발자국을 떨어진 곳에 손구르마를 끌면서 께이주(치즈)를 숯불에 구어파는 여인이 슬쩍 우리의 식사하는 모습을 본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한 후 부터 한 개도 파는 것을 못보았는데, 그녀는 지쳤는지 장소를 옮기지도 않고 줄곧 그곳에 서 있었다. 우리는 밥을 먹는 동안 자꾸만 그 여자를 생각하게 되었는데 “저 뚱뚱한 체구에 얼마나 배가 고플까?”란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 결국 우리는 안쇼바 생선의 뒷면을 거의 다 남겼다. 그리고 자존심을 건드릴까봐 조심스럽게 그 여자를 향해 손짓을 했드니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왔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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