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교회에서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 날은 귀신의 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귀신들의 잔치에 아이들을 참여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다. 아이들에게는 참으로 기쁘고 즐거운 날이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핼로윈 행사를 가질 때 가 보았다. 부모가 와도 좋다는 편지를 받아서였다. 우리 아이들은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학교에 갔는데 아이들마다 다 귀신 옷들을 입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만화에 나오는 의상을 사서 입혀 보냈다. 아이들마다 얼굴에 까맣게 칠하기도 하고 마귀 할멈을 만들기도 하고 빗자루를 들고 나오기도 하고 야단들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귀신들과는 전혀 다른 귀신 모습들이었다. 여기에서 자란 1.5세들이 가끔 한국 비데오를 보는데 귀신 영화를 보고 기겁을 하는 것을 보았다. 한국의 귀신은 너무 무섭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소개되는 귀신만 보다가 처음으로 한국의 귀신을 보니 너무나 무서워 떨었다. 며칠간 그 귀신들 때문에 잠을 못 잤다고 했다. 하여간 핼로윈 데이에 초등학교에서 행사를 갖는데 운동장에서 각자의 의상을 선보이기도 하고 함께 웃고 놀고 노래도 부르고 게임도 가지고 캔디도 나누어주고 먹을 것을 사 먹기도 했다. 운동회처럼 축제 분위기였다. 아이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먹거리들을 사주기도 하고 하루를 보냈다. 미국은 별난 것들도 다 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절대 캐쉬, 현금을 주어서는 안 된다. 한번은 아이들이 기차 타고 샌디아고로 수학 여행을 간다고 했다. 한국식으로 큰아들에게 10불 주고 작은아들에게 10불씩을 주어 보냈다. 두 아들이 기차 안에서 아이들에게 10불 짜리 지폐를 보여 주면서 자랑을 했다. 큰 아이는 2학년 둘째 아이는 1학년 때였다. 지나가던 선생님이 그것을 보았다. 선생님이 “그 돈이 어디서 났느냐” “아빠가 아침에 주었어요” “그러냐, 그 돈 내게 맡겼다가 집으로 갈 때 주겠다”고 하면서 빼앗았다. 학교에 와서 집으로 갈 때 돌려주었다. 절대 아이들은 돈을 갖고 다니는 것이 아니고 돈을 주어서도 안된 다는 사실을 알았다. 캐쉬를 갖고 있으면 위험하다. 아이들이 구멍가게에서 무엇을 사 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모가 다 사다주고 같이 마켓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산다. 할로윈 데이에 우리는 자식들의 먹고 싶은 것을 사 주었다. 그들에게 캐쉬를 주지 않았다. 부모가 오지 않은 아이들은 아무 것도 사 먹지를 못했다. 미국의 핼로윈 데이, 참으로 별난 날이다. 아이들이 5, 6년 동안은 신나게 캔디 얻으러 돌아다녔는데 차차 크면서 시들해 졌다. 이제는 캔디 통에 가득 준비했다가 트릭 오어 트릿 이라고 말하며 찾아온 아이들에게 나누어준다. 그 날은 우리도 여전히 기쁘고 즐겁다. 동네 아이들이 이상한 옷들을 입고 밖에서 초인종을 울리며 “트릭 오어 트릿” 말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귀엽기 때문이다. 트릭 오어 트릿 이라고 말하면서 캔디를 얻어 오던 자식들이 이제는 커서 그런 아이들에게 캔디를 주는 자식들로 성장한 것이다. 받던 기쁨에서 이제는 주는 기쁨으로 바뀌어 졌다. 인생이란 것이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이구나 생각해 보았다. 받으면 언젠가 주는 날도 있고 주는 날이 있으면 언젠가 받는 날도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 본다. 이번 핼로윈 데이에 뉴욕에 있는 아들은 부지런히 아이들에게 캔디를 나누어주겠지. 이민 초기에 트릭 오어 트릿이라고 소리 지르면서 신나게 캔디 얻어왔던 그 날들을 추억하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