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평생에 단 한번 집에서 개를 길러 보았다. 그것도 미국에 와서 이다. 별다른 뜻이 있어서 기른 것이 아니라 교회 신자 한 사람이 좋은 진돗개가 있는데 한번 길러 보라고 해서 키웠었다. 나는 개 기르는 것을 꺼려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자꾸 졸라대서 한 마리를 가져왔다. 물론 공짜다. 돈을 주고 사라면 아마 안 가져왔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진돗개는 알아주는 개라는 말을 자주 들었기 때문에 정말, 진짜 진돗개, 순종이라고 하니까 또 신자가 계속 권하기 때문에 집에 들여온 것이다. 이 사람도 잘 생긴 개를 아무에게나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목사님이니까 한 마리 선물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집에 들여오자마자 우리 아이들은 너무나 좋아했다.
 같이 놀고 먹이면서 집안에서도 기르고 뒷마당에서도 놓아길렀다. 얼마나 영리한지 한국 사람이 들어오면 짖지 않고 미국 사람이 얼씬거리면 계속 짖었다. 인종 차별을 하는 것이다. 주인이 미국에서 인종 차별을 받으니까 개가 대신 인종 차별을 해 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오면 좋아했다. 미국말은 못 알아듣고 한국 말은 잘 알아듣는 모양이었다.
 3년쯤 되니까 제법 크게 자랐다. 철이 바뀌면 털갈이를 해서 뒷마당이 온통 하얀 개의 털로 허옇게 되기도 했다. 하루는 교회에 갔다 와 보니까 다리를 절뚝절뚝 절고 있었다. 그리고 끙끙거렸다. 개를 잡고 다리를 조사해 보니 굉장히 날카로운 이빨로 몇 군데 물린 것이다. 살이 깊이 패이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피가 털에 묻어 있었다. 우리 식구들은 모두 놀라고 너무나 아파했다. 상처 난 곳에 바셀린을 발라 주었다. 그런데 둘째 아이가 “ 아빠, 이상한 거 있어요 빨리 와 봐요” 뒷마당 한쪽 구석에서 한 마리의 살쾡이가 죽어 가고 있었다. 거의 개만큼 큰놈이었다. 꺼멓게 생긴 놈이고 이빨이 매우 날카로운 놈이었다. 그런데 끙끙거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그제야 우리 개가 어떻게 해서 상처가 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살쾡이와 하루 종일 싸운 것이다. 뒷마당에는 싸운 흔적이 군데군데 보였다. 털이 한 줌 한 줌 떨어져 있는 곳도 있었고 잔디에 피 묻은 곳도 있었고 흙이 파진 곳도 있었다. 뒷마당에 있던 진돗개가 집을 지키고 있었는데 살쾡이 한 마리가 들어오니까 그 살쾡이와 하루 종일 싸운 것이다. 그리고 끝내 물어뜯고 이겨낸 것이다. 나는 살쾡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 어떻게 개가 이렇게 덩치 큰 것을 이길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도저히 이길 수 없으리 만큼 크기도 했고 이빨도 날카로웠다. 살쾡이도 개 너만은 이길 수 있으리라고 덤벼든 모양이다. “과연 진돗개로구나”. 다시 평가했다. 똥개였다면 이겨 낼 수 있었을까 몇 번 생각해 보았다. 보통 개로서는 저렇게 덩치 크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살쾡이를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진돗개에게 집에서 먹다 남은 것을 주었다. 미국에는 펫 샵에서 파는 밥을 주도록 되어 있다. 위생상도 그렇고 영양으로도 그렇게 한다. 그런데 개밥을 사다 주니까 별로 먹지 않았다. 조금 먹다가는 또 안 먹고 그랬다. 처음부터 그런 것을 먹였으면 먹을텐데 사람이 먹다가 남은 것들을 먹였으니까 그것에 입맛이 길들여진 것이다. 우리는 한국식으로 키웠다. 미국 사람들은 반드시 펫트 샵에서 푸드를 사다가 주지 먹다가 남은 것을 주는 법이 없다. 우리 개는 처음부터 사람이 먹다가 남은 것을 주었다. 돈도 세이브할 겸 한국식으로 키운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먹다가 남은 것을 주면 먹거니와 가게에서 사다가 개밥을 주면 먹지 않았다. 개도 잘 먹어서 토실토실 살이 쪘다. 날씬한 것이 진돗개의 특징인데 우리 집 개는 조금 살찐 편이었다.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이 개가 너무 좋아서 오줌을 싼다. 뒷마당으로 나가면 개가 어쩔 줄을 몰라한다. 너무 좋아서 미치는 것 같았다. 꼬리를 흔들고 오줌을 싸고 요들방정을 다 떤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나도 함께 뛰고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뽀보 하고 그 난리를 부리는 것이다. 사람 보다 낫다 할 정도로 정말로 식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개를 키우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아이들도 다 그렇게 좋아하고 개를 싫어하는 아내도 그만 정이 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