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남철 목사(그레이스성결교회 담임)
회사에 도착하면 청소 창고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먼지떨이는 뒤 호주머니에 끼워 놓고 쓰레기통을 끌고 모든 도구를 다 통에 달고 시작부터 끝나는 것까지 순서를 따라 한바퀴 도는데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에도 청소는 계속 되었다. 가끔은 영어로 이야기도 해보고 영어를 배우려고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든지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서둘러도 시간은 거의 마찬가지였다. 11시까지 시간이 정해졌는데 11시가 거의 되어야만 끝나지 30분 이상 빨리 끝낼 수가 없었다.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고학하면서 시작한 것이 식당에서의 접시 닦기나 청소였다. 지금은 너무나 상황이 다르다. 각종 직업들이 있기 때문에 또 아는 사람들도 많고 한인들도 많기 때문에 다 자기의 전공을 따라 일한다. 청소는 아무 기술도 없고 일정한 직업이 없는 분들이 잠시 일하는 그런 쟙이었다. 청소하면서 고생했다 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 정도의 일이야 누구나 하는 것이니까 그랬다. 그리고 목사가 청소한다 그런 부끄러운 생각도 없었다. 어느 사회 어느 환경이든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랬다. 청소한다고 사람이 천해지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일을 한다고 높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 모두를 존중하는 나라이다. 내가 동양 사람이고 청소하는 사람이니까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라는 생각이 그들 마음에 없었다. 한 인간으로서 인격을 가지고 대한다. 물론 사람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존중하는 편이었다. 또한 미국에 유학을 왔건, 이민을 왔건 외국 땅에서 성공하려면 무슨 일이든지 해야겠다는 정신으로 살아야지, 체면을 생각하고 이것저것 골라 가면서 일을 한다면 그만큼 기회가 없게되는 것이다. 오후에는 공부하러 학교에 갔다.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희망이 있으면 즐거운 것이다. 나는 그 희망 때문에 어떤 일이든 해 냈다.
청소 회사의 사장이란 분도 한국에서는 굉장한 일을 했던 분이었다. 공부도 석사 과정까지 마치신 분이었다. 그런데 청소로부터 시작한 미국 생활에서 열심히 청소하다가 그 다음에는 청소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했다. 나중에는 이것을 팔고 어떤 비즈니스에 손을 댈지도 모른다. 나는 일정한 장소에서 청소를 했으니 다행이었지만, 대개 청소하는 분들은 이곳 저곳에 주소를 주면서 찾아가 청소하라고 한다. 그러면 한 두 시간 차를 타고 그 주소를 찾아서 청소를 마치고 돌아오는 일들도 있다. 미국 오자마자 그런 일들을 많이 하는데 길도 익히고 미국을 빨리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편안하게 시작하는 것 보다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장차 참으로 고맙게 생각하는 일들이 많아질 것이다. 청소를 다 끝내고 집으로 돌아 올 때는 기분이 참으로 좋아진다. 집에 와서 시원하게 샤워하고 점심을 먹는 그 맛이란 겪어본 사람밖에는 모른다. 그리고 돈을 받는 그 날은 더욱 기뻐진다. 땀과 일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한탕해서 일확천금을 벌겠다는 생각은 무서운 생각이다. 미국은 하나하나 신용을 쌓아 가면서 크고 위대한 나라를 건설해 나가는 것이다.
내가 콜럼버스를 격찬하는 것은 저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것에 있다기 보다 한 의견에 믿음을 갖고 그것을 탐구하러 떠났다는 것이다라고 프랑스 경제학자 로버트 쟈크 터곳은 말했다.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않는 법이다. 무엇이 부끄러울 것이 있겠는가. 젊어서는 어려움이 뛰어들지만 늙어서는 어려운 문제가 우리에게 뛰어든다. 젊은이는 희망에 살고 노인은 추억에 사는 것이다. 큰 나무도 가느다란 가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10층의 탑도 작은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처음과 마찬가지로 주의를 기울이면 어떤 일도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하는 단 한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미국 생활에서 청소 쟙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도 아마 드물 것이다. 적어도 30년 전 유학 온 사람들은 말이다. 그들은 그런 과정을 통하여 위대한 사람들이 되었다. 오늘날 엘에이를 이끌어 나가는 그 위대한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일들을 하면서 오늘의 성공을 일구어낸 것이다. 현재 막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현재의 고생이 장차 축복이 있을 것을 내다보며 열심히 일하자. 하나님은 자신의 일에 성실한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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