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 목사(크리스천위클리 발행인)
애플과 FBI와의 ‘전쟁’이 사생활 보호가 먼저냐, 국가안보가 먼저냐란 논쟁으로 뜨겁게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샌버나디노에서 무슬림 부부의 끔찍한 총기난사 테러가 발생했다. 억울하게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FBI는 범인들이 시리아 무장단체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부부가 사용했던 ‘’아이폰 5C’’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으나 전화기를 열수가 없었다. 잠금장치 때문이었다.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가 틀린 암호를 여러 번 입력했을 경우, 일정 시간동안 암호 입력을 할 수 없도록 보안 기능이 설정되어 있다. 아이폰을 잠금 상태에서 해제하기 위해서는 비밀번호 6자리를 눌러야 하는데, 5차례 틀리면 다음 입력까지 1분을 기다려야 하고, 9차례 연달아 틀리면 10번째부터는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사용자 설정에 따라 비밀번호 입력을 10차례 틀리면 모든 정보가 스마트폰에서 삭제될 수도 있다. 게다가 아이폰의 6자리 비밀번호가 대문자, 소문자, 숫자로 이뤄졌다면 조합의 수는 무려 568억 개로, 입력시간은 144년이나 걸리게 된다. 과연 철벽같은 보안장치에 어안이 벙벙해 진다.
이렇게 되자 FBI는 법원에 하소연했고 법원은 국가안보와 테러방지를 위해 잠금장치를 해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애플은 사생활침해를 이유로 들어 법원 명령에 맞서고 있다. 정부와 FBI는 사생활 침해 우려에 대하여 ‘중대한 범죄에 한정하고, 법률이 용인하는 범위 내에서 정보를 이용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으로 애플을 달래고 있지만 애플이 고분고분 말을 들어 먹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팀 쿡 애플 회장의 입장에 찬성표를 던진다고 발언했다. 구글이나 트위터 CEO들도 애플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편들었다. 애플이랑 모두 한통속이다. 그러니까 사이버 통신시스템으로 벼락부자들이 된 그쪽 사람들은 하나같이 국가안보보다는 개인의 사생활, 개인의 자유가 먼저라는 주장이다. 애플은 FBI 조차 건드리지 못하는 초강력 보안시스템을 천하에 자랑하는 계기가 되었고 최고의 마켓팅 효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도 결국은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지켜준다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 극대화를 위해 애플과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는 눈치다.
그런데 평범한 일반 시민들은 그렇지 않다. 파리 목숨처럼 테러에 희생되는 작금의 글로발 환경 속에서는 개인의 사생활 어쩌구를 떠들기 보다는 우선 국가 안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퓨리서치 센터가 여론조사를 했다. 지난 2월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인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폰 잠금을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교적 큰 차이로 우세를 보였다. 51%는 잠금을 해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애플이 법원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38%는 잠금을 해제해서는 안 된다며 애플의 손을 들어 줬다. 11%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또 애플이 법원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응답한 공화당 지지자들은 56%, 민주당 지지자는 55%로 조사 되었으니 어느 정당 지지자이던 절반 이상이 법원명령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리고 이번 주 치러진 네바다 경선에서 씩씩하게 연거푸 1위를 달리고 있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애플의 휴대전화를 쓰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법원명령에 100% 동의하며, 당연히 잠금장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애플을 비난했다. 애플이 승복할 때까지 삼성 휴대폰을 쓰겠다고 했다.
기업도 국가가 있어야 가능하고 기업의 가치와 이윤도 국가 안보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다. 테러리스트가 애플의 심장에 총을 겨누고 잠금장치를 해제하라고 위협해도 사생활 보호를 외치며 목숨과 바꿀 참인가? 이 세상에 생명의 가치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없다. 마이클 로저스 미 국가안보국(NSA) 국장은 “정보 당국이 테러범들의 통신을 추적할 수 있었다면 파리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세계는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런던, 파리, 샌버나디노, 그리고 이스탄불과 앵카라에서 수많은 희생자들이 이유도 없이 살육을 당하고 있는 비극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언제 우리도 테러에 희생될지 모른다. 미국인들이 아무리 애플 매니아라 할지라도 그런 테러위협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기에 대다수가 법원명령을 지지하고 나섰을 것이다.
우리 집 식구들은 모두 애플 아이폰으로 아침을 시작하여 아이폰과 함께 잠자리에 든다. 그렇게 사랑(?)해준 은혜도 모르고 사생활 보호 어쩌구 하면서 기업이미지를 업(up)시켜려고만 떼를 쓰는 것 같아 몹시 기분 나쁜 애플, 이참에 트럼프처럼 우리 가족 모두 삼성으로 확 바꿔 버릴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