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수년 전 어느 교회에 부임했던 목사님 사모님이 사모회에 나왔던 기억이다. 들리는 소문에 어느 나이 많은 권사님이 주의 종을 대접하려고 장을 보아 보따리를 무겁게 들고 그 목사님댁에 갔단다. 문을 열고 얼굴을 내민 사모님이 찬거리를 보고 무심코 한 말이겠지만 “아니 음식을 만들어 와야지 이렇게 가져오면 어떻게 해요”라는 말 한마디가 권사님을 아연 실색하게 했다는 소문이 사모회에 나돌기 시작했다. 사모회에서 그 사모가 한 말인즉 한국에서는 성도들이 모든 음식을 만들어 온다 했고, 자신의 손으로 음식을 만들지 않았다는 말을 아무렇치도 않게 했다는 것이다. 얼마 안되어 그 목사님은 한국으로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일을 보면서 성도들의 열심이 주의 종들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의 종이라면 양들의 젖만큼 먹고 분수에 맞게 살 때 하나님이 역사 하신다는 생각이다.
 부하게도 하시고 가난하게도 하시는 하나님의 손에서 자족하기를 배우는 지혜를 바울에게서 배워야겠다. 그 사모만이 그런 실수를 했을까?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난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반문해 본다. 모양과 크기는 달라도 아마도 나 또한 말 한 마디로 성도들을 아프게 한 일이 얼마나 많았으랴... 머리털 보다 더 많은 죄 때문에 나는 예수님이 절실히 필요했고 피를 토하는 회개를 통해 보혈로 주님의 자녀가 될 수 있었다. 이젠 우리는 아이가 아니다. 칭찬과 격려만을 바라는 신앙에서 나를 때려서라도 성화의 길을 걸어가게 해 달라는 성숙한 성도가 되어야겠다. 때문에 앞에 나열한 우리 모두의 죄에서 자유함을 얻기 위해 마음과 입을 열어 우리 모두가 정직하게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회개를 해야겠다. 시7:12 “사람이 회개치 아니하면 저가 그 칼을 갈으심이여 그 활을 이미 당기어 예비하셨도다” 회개는 나 자신이 해야 한다.
 눅 18:35-43절에 보면, 주님 앞에 나아온 한 소경의 기도하는 모습을 본다.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장님이 불쌍히 여겨 달라 함은 눈을 뜨기 원한다는 사실을 주님이 왜? 모르셨겠는가마는 주님은 이렇게 물으셨다.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무슨 말이겠는가? “네가 네 입으로 구하라”하심이다. 고로 주님은 오늘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네가 네 입으로 지은 죄를 정직하게 아뢰라 하신다. 나는 주님 앞에 지은 죄를 낱낱이 고하고 정직하게 회개함으로 앞에 나열된 죄의 모습 중에 내가 범한 죄에서 자유하려 하여 하나님으로 힘을 삼고 당당하게 나와 우리 모두가 진실된 회개를 해야할 것이다. 이는 내가 아니요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의 성령님이 안타깝게 우리 모두를 회복시키려 하심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선택은 자신의 것이다.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는 자는 사는 길을 택함이요 끝까지 나는 아니라 하는 자는 회개 안 하고도 살길이 있다 함이니...... 무채하며 배추를 씻는 것은 물론이고 속을 넣기까지.... 그만하면 이젠 부엌을 점령해도 될만큼 익숙해진 남편을 보면서 당도 있고 몸이 약한 것도 감사한 일임엔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엔 상상도 못했던 여인의 일을 하나씩 하나씩 도와주며 과분하게 아껴주는 남편의 배려는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 부부의 연을 맺어주신 주님의 은혜여라!!! 소고기와 돼지고기 두 종류의 고기를 재우고 잡채 거리를 만들어 놓고 당면은 아들 집에 가서 삼기로 하고 김밥거리도 만들고, 완성은 가서 하기로 했다. 밥은 가서 해도 되지만 남편이 밥을 고슬고슬하게 잘하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 밥까지 해서 싣고 들뜬 마음으로 차를 달렸다. 4살 나이에 고국을 떠난 큰 아들과 한국인이면서도 캐나다에서 출생한 며느리와 두 손녀가 고국의 음식에 맛을 드려 먹는다는 사실이 왜? 이리 기쁜지.... 김치는 오래 먹을 수 있게 넉넉히 담고 가을의 절경을 즐기며 어느덧 아들의 집에 도착했다. 아들도 병원에 양해를 구하고 일직 퇴근하여 집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녀들이 올 시간에 마추어 우리 부부와 아들 부부가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남편보다 더 키가 큰 아들도 앞치마를 두르고 며느리와 김밥을 말고 아들은 썰고 난 당면을 삶았다. 함께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이렇게 즐겁건만 사춘기 청년기, 소년기의 어린 자녀들을 제끼고 선교의 길을 떠나버린 용감했던 그때야 말로 하나님께서 우리 부부의 마음을 꽉 틀어 잡으셨음이 틀림없었다. 이런 아기자기한 재미는 커녕 아이들과 헤어지는 아픔이 느껴지면 우리가 하나님과 멀리 있을 땐 하나님은 나보다 더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 라는 생각이 앞섰었으니까... 그래서 평범한 이런 일상이 그토록 소중하고 기쁨이 더 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오고 둥글게 둘러앉아 김치 한 접시가 다 없어지며 음식이 푹푹 줄어가는 기쁨속에서 남편과 아들의 붕어빵 부자의 얼굴을 보며 손녀들은 그렇게 신기해 하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