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애국가에는 ‘하나님이 보우하사’란 말이 나온다. 언제 정교분리를 들고 나와 하나님이란 말을 빼자고 우겨댈지 모르지만 아직은 다행이다. 미국은 ‘스타 스팽글드 배너’란 국가가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많이 국가처럼 불려지고 있는 게 ‘갓 블레스 아메리카’다. 한국보다 더 극성스러운 무신론자들이 득실대는 나라지만 아직은 가사에서 하나님이란 말은 건재하다.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갓 블레스 아메리카를 연거푸 저녁마다 들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월드시리즈 챔피언십 경기 때문이었다. 샌프란시스코와 캔사스시티와의 7전 4선승제는 샌프란시스코의 매디슨 범가너란 철벽 투수의 완벽한 피칭과 캔사스시티의 듬직한 불펜 덕분에 엎지락 뒤치락을 계속하고 있다. 캔사스 시티의 카프만 스태디엄에서, 혹은 샌프란시스코의 AT&T팍에서 피 말리는 역전 드라마가 펼쳐지다가도 7회 초가 끝나면 모든 선수들과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갓 블레스 아메리카를 부른다. 물론 공군이나 해군 소속 군인들이 나와서 독창을 하지만 대개 따라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 선수들도 경기장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덕아웃에서 이 노래를 듣는다. 따라 부르는 선수도 많았다.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누가 되든 그것보다 더 큰 은혜는 갓 블레스 아메리카란 음악시간(?)때문이었다. 뉴저지에 있는 어느 야구장에서는 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10대 소년 세 명이 구장에서 쫓겨나는 일도 있었고 양키 스태디엄에서는 이 노래를 부르는 시간에 화장실에 갔다는 이유로 구장에서 쫓겨난 사람도 있었다. 정말 관중석에서 일어나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면 “하나님, 아메리카에 복을 주소서”란 말을 자기말로 고백하듯 진지하기 그지없다. 그러니까 이 시간은 야구장을 이용한 ‘애국심 심어주기’ 국민윤리시간인 셈이다.
 사실 애국심이란 청교도의 후예들로 보이는 시골동네 백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관심사이지 도시문화에 찌들어 돈에 정신 팔고 살아가는 다민족 사회의 평범한 시민들에겐 애국심? “됐네요! 너나 잘 하세요”라고 잘못하다간 조롱을 당하기 쉬운 화두에 속한다. 그러나 야구장에 보이는 수많은 인파들이 그러하듯 이 나라엔 적당히 돈이나 벌어서 나 하나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저속한 이기주의를 넘어서서 국가를 사랑하는 무명의 애국자들이 넘쳐나는 것으로 보일 때가 있다. 갓 블레스 아메리카가 야구장에 도입된 것은 지난 2001년 9.11 테러사건 이후부터다. 그때부터 메이저 리그 경기가 열릴 때 마다 7회 전반전이 끝났을 때 모든 경기를 중단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전통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걸 보면 야구는 미국의 국민 스포츠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9.11 테러는 미국인의 사고와 생활방식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온 충격이요 도전이었기에 미국인들의 애국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 오른 때였다. 그 충격의 9월 11일 저녁에 워싱턴 DC 의사당 앞 계단에서 당시 상하원 대표인 톰 대실과 데니스 해스터트의 연설이 끝난 후 그 자리에 도열해 있던 연방의원들은 비장한 각오로 이 노래를 계속해서 불렀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들의 군가처럼 들려졌다. 아메리카에 대한 어떤 침략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모습이었다.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에서 온 이민 후예? 늘 미국의 주류라고 말하는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아니다. 놀랍게도 러시아에서 온 유대인 이민 1세가 만든 노래다. 유대인은 한때 어딜가나 천덕꾸러기였다. 러시아의 유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붕위의 바이올린’이란 영화를 봐도 그들의 애환이 그려져 있다. 러시아에서 박해와 천대를 받고 살아오다가 자신을 받아 준 고마운 나라, 아메리카. . . 그 아메리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 노래를 제작한 이는 바로 어빙 벌린(Irving Berlin)이란 사람이다. 1918년에 처음 노래를 만들어 1938년에 개작하여 공개된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40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 노래를 자신의 대통령 선거 캠페인 송으로 사용했다. 트루만 대통령은 이 노래를 좋아해서 국가로 정하자고 주장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국가 다음으로 많이 불리는 비공식 국가인 이 노래엔 우선 ‘하나님’부터 부르고 나서는 게 간절한 ‘찬송가급’ 기도송이다. 우리는 툭하면 ‘갓뎀 아메리카(빌어먹을 아메리카!)’라고 미국에 이민 온 것을 후회하고 이 나라에 살게 된 것을 비관하는 경우도 있다. 왜 없으랴! 그러나 그런 후회와 비관이 우리가 떠나온 조국에서 산다고 해서 자연스레 해결되고 치유되는 것일까?
 죽으나 사나 우리는 이제 갓 블레스 아메리카다. 우리 자녀들은 자랑스럽게 미국의 주인이 되어 이 나라의 부강에 기여하고 이 나라의 영적 부흥을 위한 빛과 소금으로 살도록 기도하고 후원해야 한다. 그러므로 갓 블레스 아메리카는 우리의 노래요, 우리의 기도다.

그래서 한인 그리스도인들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틈만 있으면 미국을 위해 기도한다. 정의로운 나라로서 하나님의 복을 받고, 사랑이 넘치는 나라로서 복을 받고, 평등을 추구하는 나라로서 복을 받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경외하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나라로서 복을 받도록 기도해야 한다.
 오는 11월 11일 애나하임 혼다센터에서 한인을 포함한 다민족들이 모여 기도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갓 블레스 아메리카다. 아메리카는 우리 자녀들의 꿈의 공연장이요, 한 평을 차지하고 내가 묻힐 제2의 고향 땅이니까. God Bless 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