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수 목사(익산봉곡교회 담임)

처음 부임할 당시 목회자가 거주하는 사택은 아주 옹색하였다. 건물 벽은 블록으로, 지붕은 스레트를 올린 작은 건물이었다. 전임지인 백령도 교회의 사택은 양옥집으로 잘 건축된 건물이었는데 현재의 사택은 그야말로 9평정도의 건물로서 너무 안 좋은 건물이었다. 한 여름에는 뜨거운 햇빛으로 인하여 집안이 무더워서 방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방의 천장이 합판으로 되어 있어서 오후에 손을 대어보면 저녁 9시 정도까지 뜨거울 정도였으니 집안에 있지를 못하고 옆 동산 나무그늘에서 쉬었다가 집으로 들어와야만 했다. 겨울에는 역시 난방이 안 되어 얼마나 추운지 밤에 잠을 잘 경우에는 이불을 둘러쓰고서 잠을 자야만 했다. 또한 아내와 아이들은 쥐를 몹시도 싫어하는데 쥐들이 밤이 되면 천정에서 마치 운동회를 하는 것처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끔씩 뚫어진 구멍으로 주위를 살피다가 재빨리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아내와 아이들은 질겁을 하며 고함을 지르기를 다반사였다. 그리고 난방을 위해서 겨울에는 건물 밖으로 비닐로 막아놓으니 통풍이 잘 안되어 벽에 곰팡이가 생겨서 나와 첫째가 알레르기 비염으로 여러 해를 고생을 하기도 하였다. 비염은 이른 봄에 증상이 나타난다.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기 위하여 일어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재채기와 콧물이 줄줄 흐르는 것이다. 예배를 인도할 때, 찬송을 부르다가, 기도를 하며, 설교를 할 때도 갑자기 재채기가 나오는 것이다. 새벽마다 콧물을 닦아내기 위해 휴지를 한 뭉치씩 버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첫째는 공부하는 학생인데 수시로 재채기를 하여서 학교에서 공부시간에 친구들을 놀라게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비염을 치료하기 위해서 병원에 수도 없이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 그런 건물에서 5년을 살았다.    그래도 교회가 재정적으로 약하였으니 사택 건축을 할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그렇게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택을 건축하게 되는 계기가 생기고 말았다. 시골에 있는 작은 교회인지라 설마 누가 훔쳐갈 것이 있겠는가? 라고 생각하고 항상 문을 잠그지 않고 생활을 했다. 새벽기도회를 가도 또한 예배를 드려도 항상 문을  잠그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오니 밤손님이 다녀간 흔적이 보였다. 가져갈 것이 없으니 빈손 들고 갔던 것이다. 잃어버린 것이 없으니 생각하기를 ‘허탕을 쳤으니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이제는 더더욱 안심하고 문을 잠그지 않고 생활을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여름날 저녁, 곤한 잠을 자다가 심한 발길질로 옆구리를 차며 단잠을 깨우는 자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얼떨결에 발길질을 당하여 잠을 깨고 보니 낫을 든 사람이 신발을 신은채로 갖은 욕설을 하면서 깨우고 있는 것이었다. 당시 안방에서는 아내와 막내 아이와 함께 잠을 자고 있었고, 두 딸들은 옆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강도는 시키는 대로하지 않으면 모두 죽인다고 협박을 하였다. 그런 와중에 협박을 받으면서 강도와 싸워보려고 궁리를 해보았지만 강도가 낫을 들고 있었고, 어린 아기인 막내가 바로 곁에 있으니 아기가 위험하여 싸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강도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하고 시키는 대로 다하겠다고 했더니 옆방에 있는 금고문을 열라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침입했었을 때 금고를 보았고 금고 안에 돈이 들어 있는 줄로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금고를 직접 열게 하려고 강도가 되어 침입을 하게 된 것이었다. ‘시골 작은 교회에 왠 금고가 있었는가? 돈이 얼마나 많이 있다고’라고 생각할 수 있다. 금고를 두게 된 경위는 전임 목회자님께서 교회에 헌금이 나오면 시골인지라 헌금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은행이 가까운 곳에 있는 곳도 아니었기 때문에 마땅하게 보관할 곳이 없으니까 교회 사택에다가 금고를 두고 금고에 헌금을 보관하면 좋을 것 같았기에 거금을 들여 금고를 구입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만 그 금고가 강도를 들어오게 한 요인이 된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