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수 목사(익산봉곡교회 담임)

짧은 3 년여의 초임 목회지인 백령도에서 사역을 마치고 육지로 나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임지를 위해 기도하며 임지를 찾았다. 그런데 백령도 지역의 특성상 육지에 나와서 임지를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동기 목사님들을 통해서 알아본 결과 익산시(그 당시는 익산군)에 소재한 농촌의 작은 교회를 소개받았다. 소개 받기로는 미 자립 교회로서 교회가 열악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교회를 알아보아도 그 교회를 직접 가서 확인을 해보아야 하고, 때로는 그 교회에 선(?)을 보고 가야만이 청빙이 성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백령도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작은 교회로 임지를 옮기기로 결정하고 선배 목사님을 통해 이력서를 보내게 되었고, 작은 교회이기에 직접 와서  목회자를 확인도 하지 않고 나도 어떤 교회인지 교회를 확인해보지도 않고 소개하는 분의 말을 듣고 임지를 옮기는 일을 진행하였던 것이다. 첫 번째 교회도 직접 가서 확인도 하지 않았고, 두 번째 교회도 역시 확인해보지도 않고 임지를 결정하였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쉽지 않은 청빙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청빙 절차가 결정 난 후에 교회에 사표를 정식으로 제출을 하였다. 목회 특성상 모든 과정을 비밀리에 진행을 했고, 결과를 통보할 때 교회에서는 상당히 충격이 컸다고 할 수 있었다. 그동안 교회가 하나님의 은혜로 안정이 되었고, 목회자와 성도와의 관계가 원만하였기에 계속하여 시무를 원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임지를 옮긴다고 하니 적잖이 실망들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모든 것이 결정이 난 후라 어쩔 수 없이 교회에서도 목회자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정든 초임 목회 지를 떠나오게 되었다. 꽤나 추운 초겨울날씨인 1992년 12월 중순경에 미리 모든 이삿짐을 꾸려서 화물선으로 보내고, 간단한 짐을 준비해서 이른 아침 교회를 출발했다. 헤어질 때 교인들과 눈물로 헤어진 것은 당연했다. 3년여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상당히 정이 든 시간들 이었던 것이다. 다시 8시간의 긴 항해의 바닷길을 배를 타고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하자마자 익산까지 당일에 내려와야 했다. 택시를 타고, 전철을 이용하여,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익산역에 도착하니 당연히 밤에 도착하게 되었고, 소개하신 선배 목사님께서 익산역에 차를 기지고 마중을 오셔서 캄캄한 밤 지척을 분간 할 수 없는 시골길을 향해 가시는 것이었다. 물론 교회에서는 목회자가 부임하여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명도 역전에 마중을 나오지 않을 정도였으니 교인들 형편이나 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원래는 목회자를 청빙하는 교회에서 직접 교회에 와서 이사하는 과정을 모두 책임을 지는 것이 상례인 것이다. 그런데 이 교회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아니한 것이다. 목회자 본인이 모두 알아서 해야 했고 소개하시는 목사님께서 수고하신 것이다. 익산역에 도착한 후 목사님께서 교회를 향해 가시는데 캄캄한 밤인지라 교회 들어오는 길목을 찾지를 못하시고 한참동안을 도로를 왔다 갔다 하시다가 겨우 찾아서 들어온 교회가 지금의 교회였고, 성도님들 몇 분이 부임하는 목회자 가족을 맞이하여 주셨다. 도착해서 예배당건물과 사택을 보니 상상외로 작은 교회의 모습이었다. 백령도에서는 그래도 교회 건물도, 교육관도, 사택도 양옥집으로 잘 지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부임하여 온 교회의 겉모습은 백령도 교회와 비교할 때 너무나 차이가 나 있었다. 목회자도 사람인지라‘아! 이런 교회였는가?’ 마음속으로   탄식이 절로 나왔다.‘이럴 수가! 교회 형편이 이런 형편이었으니 목회자를 보지도 않고 청빙을 하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