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아슬란(8): 멀리할 것

 아이들과 동물들이 수행할 과제를 지시한 아슬란이 요구하는 것은 그와 함께 동행하자는 것, 그리고 안락함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아슬란이 말한 길의 방향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나니아 연대기』 제 3권 「말과 소년」에 나오는 말 ‘브리’는 어렸을 때 나니아의 적국인 칼로르멘에 잡혀와 말을 못하는 말인 척하며 군마로 자라게 되었다. 그러나 어릴 적 기억 속의 고향 나니아와 거기서 누리는 자유에 대한 갈망은 계속해서 지니고 있었고, 그 결과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자유를 소망하는 상태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가 “강압적으로 시키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뭔가를 하려 들지 않는” 습성을 길러주었다. 스스로를 힘들게 하면서까지 의무를 수행해야 누릴 수 있는 자유의 개념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참 자유란 첫째,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인식과 자부심이 있어야 하며, 동시에 이 인식을 그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지켜 나갈 수 있는 책임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것들이 그 내면에 자리잡을 만한 환경에 있지 못했다. 주변에 그런 자유인이 한 명만 있어도 그를 통해서 이런 자질들을 습득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나니아에 가기 전까지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결국 그는, ‘다른 말하는 동물들의 방식이 무엇일까, 그들의 모습이 자기와 비슷할까,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이나 싫어하는 것들을 들었을 때 비웃지 않을까’와 같은 온갖 종류의 고민을 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불확실한 ‘타인의 시선’이라는 것으로 자기 자유를 제한하고 대체해 버렸던 것이다. 

말하는 말 브리의 이런 고민들은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자.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죄와 이 세상으로부터 구원, 즉 참 자유를 얻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타인의 시선에 얽어 매고 타인의 평가에 목을 매는 일을 사회생활 가운데, 심지어 교회 안에서까지, 놀랄 만큼 빈번하게 자행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안하무인으로 살아가는 것도 문제다. 제 5권 「말과 소년」에 나오는 유스터스가 바로 그런 아이다. 그는 자기가 세상에서 최고로 훌륭한 사람이고 그런 자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 나쁘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남에 대한 신경을 아예 쓰지 않는, 무신경하고 무례한 아이다. 반대로, 자신의 욕망은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심술궂은 아이다. 그러나 그런 자신의 성향 때문에 용으로 변하게 된 후, 그동안 자기가 얼마나 이기적이며 함께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는 폐를 끼치는 사람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그 후 그는 아슬란을 만나고 회개하여, 마침내 친구 질을 나니아로 인도하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그렇다고 무신경하고 무례하게 살지 않을 수도 있을까? 『나니아 연대기』에는 이에 대한 다양한 답이 제시되어 있지만, 핵심은 하나다. 그것은 바로 아슬란을 경외하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실 수 있는 이를 두려워하라(마 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