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에서)정체성
2023/07/26 23:42 입력  |  조회수 :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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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 흔히 복음 송에서 듣던 노랫말이지만 가볍게 넘기기엔 뭔가 의미 심장한 말이지요. 신앙인들이야 이 말의 깊은 뜻이 있고 없고의 문제도 아니고 또 따져서 그 깊이를 가늠할 필요도 없이 창조주, 구원자의 손길로 살아간다는 삶의 지표 같은 말일 수도 있으니 굳이 나에 대한 정체성이 그리 중요할 일인가 싶은데 오늘 소개할 얘기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는 동물의 이야기입니다.

 얼룩말 다 아시죠? 발음도 쉽지는 않지요? 무늬가 있어서 말인 데도 말 같지 않은, 심지어 어떤 아이는 호랑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무늬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럼 여기서 얼룩말은 흰 바탕에 까만 무늬일까요? 반대로 까만 바탕에 흰 줄이 있는 무늬일까요? 모두가 말하기를 까만 바탕에 흰 줄 무늬가 있는 거라고 합니다. 아무렴, 어떻겠어요! 보통 말은 검은 말, 흰 말로 구분되는데 얼룩말은 무늬로 존재성이 확실해 얼룩말이라고 하니까요. 

 막스 후빌러가 쓴 ‘얼룩말은 왜 얼룩말일까?’라는 책에는 자신의 몸이 얼룩이 져서 남과 다르다는 한 얼룩말의 얘기인데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얼룩말의 모습에서 가끔씩 우리의 정체성이 대비되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정체성을 운운할 때 반드시 궁금해지는 게 나는 누구인가? 입니다. 여기에서는 정체성의 문제와 생존의 의미, 나아가 존재의 의미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좀 어려운 철학적인 논리인 것 같지만 단순히 생각하면 그리 복잡한 문제는 아닙니다. 나만의 정체성에는 남과 다른 나의 독특함과 선조로부터 이어 내려온 역사 속에 담긴 그 사실을 공유하거나 국가나 사회에 소속되어 나라는 존재감을 드러낼 때 뚜렷한 나의 정체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간단하지 않습니까?

 얼룩말은 백마와 흑마 사이에서 고민하며 흑마가 되고 싶어 소원을 빌어 흑마가 되었지만 알아봐 주지 않자 다시 백마가 되기로 소원하나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 백마나 흑마의 무리들은 얼룩말의 변신을 인정하지도 않고 또 얼룩말 스스로도 이도 저도 아닌 본인의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다 드디어 그 해답을 찾습니다. ‘나는 나일 때가 가장 좋다’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친구들은 외칩니다. 

 “와, 너 다시 돌아왔구나!” 많은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하루 밤을 지내며 배우면서 놀고 놀면서 배우는...... 어찌 보면 자신의 위치와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이 아니었나? 

 한국인의 정체성, 나의 뿌리는 어디에..... 이런 통상적인 개념을 떠나서 인간이라는 아니, 배우는 학생이라는 자격을 가지고 뒤엉켜 지내며 우리는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지요. 만들기에 목숨이라도 건 듯 대충해도 되겠구만,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이. 그 날의 기분이 별로였는지, 마음 다 드러내는 가면의 어두운 색칠...... ‘아, 얘는 이걸 잘하는 데, 쟤는 저걸 잘하네’.... 

 개인의 독창성과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아이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나 된 모습일 때가 가장 좋았음을 깨달은 얼룩말처럼 우리의 존재감이 나타날 때 이게 바로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정제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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