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1. 구세주 간달프

 ‘올로린’이라 불리던 천사, 그러나 중간계로 파견되어 ‘회색의 마법사’ 육신을 입은 간달프는 반지원정대의 지도자로, ‘반지운반자(The Ring Bearer)’ 프로도와 다른 동료들을 모르도르로 이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사우론이 직접 주조한 ‘절대반지’를 없애는 것이었다. 하지만 초기의 계획이 어긋나서 뜻하지 않게 난쟁이족의 고대 지하도시 크하잣둠(Khazad-dûm)을 거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도시의 한가운데 위치한 깊은 계곡 위에 놓인 다리에서 고대 악마 중 하나인 발로그(Balrog)를 만나게 되었다. 간달프는 원정대원들을 구하기 위해 희생적 죽음을 치르면서 발로그를 죽인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 자체만으로는 이것이 그가 구세주인 면모를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그의 영웅적 성격을 묘사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톨킨 교수는 여기에 작지만 위대한 디테일 하나를 설정해 놓았다. 난쟁이족이 크하잣둠이라고 부른 이 도시의 다른 이름이 바로 ‘모리아(Moria)’라는 것이다. 물론 톨킨의 ‘중간계’에서 이 단어는 ‘어둠골’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언어학자인 톨킨이 왜 굳이 성경에 나오는 지명과 동일한 단어를 이곳에 붙였을까. 

 그렇다. 이 단어는 성경에 나오는 지명과 같다. 창세기 22장 2절에 보면, 그곳은 하나님의 명에 따라 아브라함이 자신의 독자 이삭을 번제물로 바친 곳이다. 그런데 역대하 3장 1절을 보면, 바로 여기에 예루살렘 성전이 세워지게 된다. 즉, 모리아는 ‘시온’인 것이다. 더 나아가, 히브리서 11장 19절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친 것은 그의 부활신앙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산’ 이삭을 도로 받았다고 한다. 즉, 이삭은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이자 모형이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해보면, 모리아에서 죽은 이삭이 다시 살아 돌아왔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죽었다가 부활한 것의 모형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간달프는 바로 그 모리아에서 ‘어둠과 화염의 고대 악마’ 발로그를 죽이고 자기도 죽었고, 며칠 후 부활하여 ‘백색의 간달프’가 되었다. 그리고 사우론에 대항하는 자유민 연합군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것이 그가 기독교적 의미에서 구세주인 증거이다. 

 그는 또한 광야로 가 사탄에게 시험을 당한 예수 그리스도처럼 시험을 당했다. 프로도가 절대반지의 내력에 대해 듣고 간달프에게 그 반지를 내밀면서, ‘차라리 마법사님이 반지를 맡으시면 어때요?’ 하고 물었을 때, 그는 그것에 대해 강하게 저항하면서, 벌떡 일어나며 큰 소리로 말했다. 

 “나를 시험하지 말게! 나는 감히 그것을 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하지 않고 안전하게 보관할 자신도 없어. 반지를 사용하고 싶은 욕망은 내 힘으로 억누를 수 없는 유혹이야. 내 앞길에는 너무나 많은 시련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쓰지 않고는 못 견딜 거야.” - 『반지의 제왕』 제 1권 2장 149쪽 

 사탄으로부터, 자기에게 굴복하면 모든 것을 주겠다던 시험을 받은 예수 그리스도처럼, 간달프는 프로도의 손에 들린 절대반지와 그것을 사용하고 싶은 욕망에 대한 시험을 받았다. 그리고 이겼다. 사탄을 이긴 예수 그리스도처럼. 이것 또한 그가 기독교적 의미에서 구세주인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