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1. 요정(엘프)들의 ‘희망 없는 전쟁’

 유일신 에루 일루바타르의 승인 없는 여정을 떠나 동족들을 죽이고, 그에 대한 저주를 오히려 기꺼이 받겠다던 오만한 요정(엘프)들은 악마 모르고스를 상대로 싸우던 중 ‘중간계’에 나타난 인간들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몇 번의 작은 승리를 제외하면 수 천년 동안 패배에 패배를 거듭했다. ‘페아노르의 맹세’에 묶인 수많은 요정(엘프)들이 ‘중간계’에서 죽어갔고, 갈라드리엘과 켈레보른 등을 따르는 소수만 남게 되었다. 모르고스를 상대로 요정(엘프)들과 인간들에게 더 이상의 희망은 남아 있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톨킨은 기독교 세계관을 따라 요정(엘프)들의 구원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2. 에아렌딜

 인간 베렌과 요정(엘프) 루시엔은 사냥개 후안과 함께 엄청난 위험들을 이겨내고 마침내 모르고스의 왕관으로부터 실마릴 보석 하나를 되찾은 영웅들이었다. 이 실마릴 보석은 그들의 손녀 엘윙이 간직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요정(엘프)과 인간의 혼혈인 에아렌딜과 결혼하였다. 에아렌딜은 늘 바다를 그리워하였다. 어릴 때 그는 항해군주 키르단에게서 항해술과 선박건조기술을 배울 정도였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갈망한 것은 바다 자체가 아닌, 그 너머 서쪽 어느 곳에 있는 아이누르들의 땅 발리노르였다. 당시 발리노르는 유일신 에루의 저주에 의하여 요정(엘프)과 인간에게 닫혀 있는 땅이었는데, 그런 곳을 찾기 위한 항해는 당연히 위험천만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아렌딜은 이 여행을 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중간계’에는 모르고스의 사악한 힘과 군대가 빠르게 세력을 늘려가고 있어서, 그러한 속도로 암흑의 군세가 확장된다면 ‘중간계’에서 요정(엘프)도 인간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천사들인 아이누르들에게 ‘중간계’의 자유민족들이 처한 위험을 알리고 유일신의 자비를 간청하기로 마음먹고, 항해군주 키르단의 도움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빙길롯을 건조하여, 아내 엘윙과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서쪽으로 배를 몰았다. 이 때 그는 아내가 간직한 실마릴 보석을 배 앞에 붙이고 갔는데, 이 보석의 빛으로 길이 열려 그들은 안전하게 아이누르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긴 토론 끝에 아이누르들은 마침내 에아렌딜의 중보를 받아들이고, 대규모의 군대와 함께 ‘중간계’로 건너가서 모르고스를 사로잡아 밤의 문을 열고 ‘공허’로 추방해버리고, 그 수하들을 격파하고 앙그반드의 요새들을 모조리 파괴하였다. 이것이 ‘분노의 전쟁’으로, 이로써 ‘중간계’의 제 1 시대가 끝나게 된다. 이후, 에아렌딜은 실마릴 보석이 붙은 자신의 배와 함께 밤하늘을 항해하는 별이 되었다. 

 3. 에아렌딜과 요정(엘프)들의 구원 

 톨킨은 요정(엘프)과 인간을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과 신약의 기독교인에 대입하였다. 그래서 요정(엘프)와 인간의 혼혈인 에아렌딜이 이 두 종족의 중보자로 신과 천사들 앞에 나아간 것이다. 신은 결국 그의 중보를 받아들여, 천사들의 대군을 보내 악마를 사로잡는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 톨킨의 마음에 있던 것은 마지막 아담이자 부활의 첫 열매인 예수 그리스도가 유대인과 이방인의 중보자로 사탄을 결박하였다는 성경말씀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