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어떤 꼬마가 우크라이나의 전쟁고아를 보고 엄청 울었답니다. 크게 될 조짐이 보이네요. 저금통 주고 빵 하나 가져갔습니다.

사모님이 막판에 주신 빵 3개중에 하나를 감동적으로 판매했습니다.”

 엊그제 김 집사에게서 온 카톡에는 작고 앙증맞은 금고사진과 함께 이런 메시지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아침 그 실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금고처럼 만든 저금통에 잔돈을 넣어 모은 저금통, 뒤에는 열고 닫는 장치까지 있는 제대로 된 소형금고 저금통입니다. 우리 세대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돼지저금통에 잔돈을 넣어 꽉 차면 돼지를 잡아 동전을 세어 은행창구에 가져갔던 생각이 났습니다. 우크라이나 이야기를 들은 ‘어린양’이 귀임하는 이삿짐을 싸던 중에 자기 짐 중에서 저금통을 빼냈습니다. 이유를 알지 못한 부모님의 꾸중에 우크라이나 빵 이야기를 하면서 저금통을 들고 가족들과 함께 김집사에게 왔다는 것입니다. 여섯 살 때 브라질에 와서 초등학생이 된 ‘어린양’이 의젓한 국제인이 되어 한국으로 귀임하는 모습을 보니 밝은 앞날이 보여서 축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김집사는 오늘 아침 아침거리와 저금통을 들고 교회에 와서 주문한 빵을 만들고 있는 아내의 손놀림을 기쁘게 했습니다. 그렇게 사고의 폭을 넓게 하는 아이를 키운 국제인 부모님은 어떤 분이실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생이 너무 어려서 가족이 함께 브라질로 합류하는 시기가 늦었던 사정을 생각해보면 세계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커다란 비용을 치른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브라질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가서 사는 많은 아이들을 보면 브라질에서의 고생은 고생이 아니구나, 세계인의 표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줍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직장과 대학생활을 함께하는 예진이, 금년에 대학을 졸업하며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기락이는 브라질 국내파 미래입니다. 한국의 대학에 가서 한국어 강의와 영어 강의를 듣는 것 중에 영어강의가 더 쉽다는 기훈이, 한동대에 들어가서 공부하다가 군대 생활을 하고 있는 민석이, 이민사회에서 너무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보고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신학대학과 교회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또니, 어머니의 교사생활를 휴직하면서까지 브라질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온 가족이 함께 보낸 후 호주유학을 하다가 군복무를 마치고 내년 복학을 기다리며 부모님 곁에서 지내는 주환이, 송도 국제도시의 뉴욕주립대 송도캠퍼스 생활을 하다가 군입대후 첫 휴가를 기다리는 주현이 등등이 생각납니다. 이들 모두가 다 브라질에서의 소중한 경험이 토대가 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린‘양’의 그 이뿐 마음이 오버랩이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 돕기 빵 굽는 자선행사에서도 어린양의 이뿐 마음은 곧 세계인의 표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표상입니다. 그 정신이 직장생활에서도, 기부문화에서도, 대학캠퍼스에서도, 군대에서도 ‘세계인의 표상’으로 자리잡길 소망하며 기쁘게 한 주간을 보냈습니다. 목사는 국내파와 국제파, 한국과 브라질 모두에서 세계인의 책임이 더 확산되길 기도하며 함께 지원해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