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엊그제 숙소 앞에서 유승우 장로를 만났습니다. 유승우 장로를 처음만난 것은 이십년도 더 된 때였습니다. 기독교방송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할 때입니다.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예비 작가입니다. 방송국 월간 사외보를 발간하면서 인력충원을 요청했는데 인원충원이 안되어 거의 격무에 시달리던 때입니다. 기획조정실의 일은 사실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정하는 일부터 홍보작업, 사장의 공식적인 활동에 대한 지원, 방송프로그램을 돕는 일, 한국교회와 방송국간의 공감대를 풍부하게 해서 교감을 하는 일 등 끝이 없습니다.

 함께 기조실에서 일하던 때를 생각한다 

 방송선교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목사님들이 설교나 좌담 등의 프로그램을 녹화하러 와서도 일단 기획조정실에서 차 한잔하면서 담당피디에게 연락하는 등 오가며 들리는 참새방앗간 같은 곳입니다. 방송선교참여 교회를 응대하고 방송프로그램을 홍보할 뿐만 아니라 교계의 교단책임자들의 방송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는 일도 당연히 기조실의 일입니다. 그래서 새벽별보고 출근해서 한밤중에 퇴근할 만큼 일벌레로 살았던 젊은 시절입니다. 일은 많고 일손은 터무니없던 시절일 때 ‘문학청년 유승우’가 합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죽이 잘 맞아서 신나게 일할 수 있었던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불신자인 신입직원에게 전도하며 교회도 목사님이 직접 함께 관심가질 수 있는 교회로 인도했습니다. 마침 삼청교회에 좋은 선배 문희수 목사님이 부임한지 얼마 안 되어 그 교회를 추천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방송국에 계속 근무해서 방송국의 꽃인 국장까지 진급이 되었고, 교회에서는 금년에 장로장립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방송국에서 함께 열심히 일한 인연으로 해마다 방송국 달력을 브라질에 보내주기도 했고, 한국에 방문하면 늘 한 끼 밥을 나누는 후배입니다. 유권사님, 제가 너무 마음이 흔쾌하게 기뻤던 것은 초신자였던 유승우가 한 직장에서 국장이 되었고, 한 교회에서 장로까지 한 우물을 파는 신실한 평신도 지도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감히 초신자와 함께 신앙생활과 직장 생활을 함께 할 때는 그가 신실한 장로가 되어 한 교회를 섬기고, 그가 국장이 되어 방송국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이가 될 것이라기보다는 먼저 방송국을 그만두고 목회지로 가면서 미안한 마음이 앞섰는데, 세월이 흘러 밥한 끼 같이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어 감사했습니다.

 씨는 사람이 뿌리고 꽃과 열매는 하나님이

 같은 시공간에 살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지만 그 인간관계를 하나님께 맡기면 하나님이 구체적으로 개입하여 주신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문득문득 깨닫습니다. 유승우를 통해서 춘천방송국을 개국할 때 뽑아 함께 일하던 이종성과 고길화도 다 국장이 되어 한 친구는 기획조정실장으로 한 친구는 지역방송본부장을 마치고 선교협력실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만날 약속을 했습니다. 심고 씨를 뿌리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지만 싹 나게 하시고 자라게 하시며 열매 맺게 하시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이 하시는 일임을 새삼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