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용주 목사(봉헤치로 제일교회 담임)
루터교인 한스 슈타덴
한스 슈타덴을 잡은 부족은 남 뚜삐남바 족으로, 오늘날의 히오 지 쟈네이로(Rio de Janeiro) 주와 상빠울로(São Paulo) 주에 널리 퍼져 살던, 따모이오(Tamoio) 족이라고도 불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포르투갈이 그들의 영토 안에 많은 요새와 도시를 세웠기 때문에, 그들은 이 침략자들을 증오하였고 끊임없이 공격을 가하였습니다. 베르치오가 요새도 예외는 아니어서, 요새를 습격하러 가던 그들이 한스 슈타덴을 잡았을 때, 그가 베르치오가 요새의 장총수 군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적군인 포르투갈 군인이라고 착각하였습니다.
전쟁포로를 잡아먹는 식인 풍습이 있는 그들은, 그래서 처음부터 한스 슈타덴을 잡아먹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뚜비남바 족의 언어를 조금이나마 알아들을 수 있었던 그는, 그들이 곧 그를 잡아먹으려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루터의 시편 130편 찬송가
그 때 그는 문득 떠오르는 찬송을 “눈물을 흘리며 온 마음을 기울여”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이것이 브라질 땅에 최초로 울려 퍼진 개신교 찬송가로,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1524년에 시편 130편을 가사로 삼아 직접 곡조를 입힌 찬송가입니다. 1556년 브라질 남동부 해안지방에 울려 퍼진 이 찬송은 한국 통일 찬송가에도 있는데, 바로 479장(새 찬송가 363장)입니다.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불러 아뢰니, 주여 나의 간구를 들어주심 바라고, 보좌 앞에 나가니 은혜 내려 주소서.” 그러나 한국 찬송가에 실린 곡이 장조인 것과는 달리, 그가 부른 찬송가 곡조는 단조로 되어 있어서, 더욱 간절하고 애절하게 들렸을 것입니다. 인디오들은 큰 소리로 찬송을 부르는 그를 보며, 그가 자기 신에게 절망적으로 매달린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그를 조롱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녁 무렵에 바다 저편에서 폭풍후를 잔뜩 실은 시커먼 구름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겁을 잔뜩 먹은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습니다. “너의 신에게 말해서 저 폭풍후가 우리에게 해를 미치지 못하게 해 다오!” 그래서 한스 슈타덴은 구름을 등지고 엎드려, “전능하신 하나님, 주님을 모르는 이 사람들에게 주님의 자비하심을 증거하여 주소서. 주여, 주님께서 제 기도를 들으신다는 것을 이들에게 보여 주소서” 하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직 기도를 하고 있던 중, 갑자기 인디오들이, “오쿠아 아모 아마나수!” 하고 소리를 치는 것이 들렸습니다. “폭풍후가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 라는 뜻이었습니다.
우바뚜바(Ubatuba)에서
이 모든 것을 본 인디오들은 한스 슈타덴을 그가 잡힌 현장에서 잡아먹지 않고, 그들의 본거지인 우바뚜바(Ubatuba)로 이송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를 잡아먹었다가 그의 신의 진노를 얻을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그는 약 10개월 간의 포로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 기간 동안, 그는 그들의 언어를 배우기도 하고, 그들의 적국인 포르투갈과 동맹을 맺은 뚜삐니낑(Tupiniquim) 족과의 전투에 참전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그의 집 앞에 큰 십자가를 세우고 전도를 시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탈출이나 구출의 가능성은 날마다 줄어들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 사략선의 선원들 몇 명이 우바뚜바를 찾아왔습니다. 뚜삐남바 족과의 무역교섭을 위한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