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여긴 장마철입니다. 한국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여긴 비가 내리는 계절이 됩니다. 찌는 듯 더위에 비는 선선한 기온이 되어 쾌적해집니다. 우리 동네 도시 한복판을 흘러가는 강에는 평소엔 바위돌과 풀들이 돋보이고 그 사이로 물이 흐르는데 장마철에는 누런 물이 흐르고 바위들은 물에 묻힙니다. 요즘이 그렇습니다. 

 다시 비가 오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비가 오면 참 걱정거리가 하나 느는 대신 삼십여 화분의 화초 물주기는 해방입니다. 하나 줄고 하나 늘고 공평합니다. 집 지은 지가 오래되고 중간에 전기공사와 수도 물탱크 공사를 한 후 어떤 기와를 건드렸는지 천장에 세는 곳이 있습니다. 증개축 공사를 한 후 여러 곳에서 샜는데 날이 갠 후 다시 공사하고 비가 올 때를 기다려야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러길 여러 번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우기인 셈입니다. 

 꽃이 피는 계절이 온 것입니다. 흰 서리 올 때부터 봄꽃이 피기 시작해서 무서리가 내리면 지천에 한국의 개나리를 닮은 이 나라 국화(國花)인 노란색 ‘이빼’로 화려강산입니다. 그때 즈음에 교회 뒷마당 조그만 인공연못에 부레옥잠이 피어납니다. 부레옥잠뿐만 아니라 무궁화, 바나나, 물봉숭아가 명함을 내밀고 커피나무 흰 꽃, 뽕나무 오디가 떠들썩합니다. 다 우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가물 때는 하루 얼러 끔씩 물을 줘야 하는 화분이 하늘의 물에 흠뻑 젖어 기세가 등등해지는 때입니다. 무슨 조화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잔뜩 가물다가 비가 오기 시작하면 새던 곳이 계속 비가 내리면 주춤해지는 곳도 있습니다. 우리 집이 그렇습니다. 계속 조금씩이라도 수리를 하니 비가와도 양반이 되었습니다.

 목회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비가 오는 우기가 되면 교회 뒷마당 어디선가 커다란 달팽이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특별히 바나나 군락에 그 커다란 바나나 잎을 쳐내서 땅을 덮어 만든 퇴비무더기에서 달팽이가 준동합니다. 그리고 어슬렁거리며 뜨란 곳곳을 쑤시고 다니며 화초 잎을 갈아 먹습니다. 우기에 달팽이를 잡는 것도 큰일입니다. 이처럼 가물면 가무는 대로 우기에는 우기대로 뒷뜨란에서는 날 그냥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손이 가야 꽃을 보는 것입니다. 손이 가는대로 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연못주변의 토란잎이 우산처럼 커지는 것 같은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얀 향기를 제공한 후 꽃 마디마디에 다닥다닥 붙어서 크는 커피처럼 열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연못의 물 배추, 왕골처럼 심고 가꾸면 예뻐졌으면 좋겠습니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진리가 인간관계에서 너무 더디게 나타나서 조급해집니다. 뿌리는 것보다 주워 먹는 새들이 더 극성인건 인간세상이나 뒤뜰이나 매한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