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미(美)[아름다움]란 주제로 대담을 하는 TV프로그램 <낭만 논객>을 보면서 글을 쓰는 자들은 저렇게 말도 잘하는구나 아니면, 글을 잘 쓰기에 말을 그리도 잘하는 건지, 김동길님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가라앉아, 그 때문에 편안도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분의 탁월한 문학가의 말 솜씨 속에 그야말로 아름다움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서슴지 않고 ‘기준을 어디에 두어 결정하면 안 되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외모로 기준을 삼아 예쁘면 아름다움이 있다고 하는 데 그건 잘못이다. 왜냐하면 영어에 beautiful과 pretty는 엄연히 다른 것처럼 외모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대화의 흐름을 이어가며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씨의 발이 화면에 비쳐졌다. 하루에 서른 시간의 맹훈련을 했다는 그 발을 화면으로 잠깐 보았는데 딱하게도 모양이 일그러진 못생긴 발이다. 그렇다고 그 발만으로 발레리나가 밉다고 할 순 없지 않은가! 노력과 책임이 묻어있는 아름다운 발임을 인정하게 된다. 이미 알고 있던 얘기지만 그 분이 말하니 새삼 감동이 밀린다. 진정한 미(美)는 진(眞)과 선(善)을 갖추고 있어야 그 값을 나타낸다고 쐐기를 박으며 대담은 이어진다.
글과 어울릴 것 같아 강재현(여류시인)이 쓴 [아름다운 사람]을 소개한다.
사랑에 대해 말장난 같은/시를 쓰는 사람보다/사랑하는 이에게 부쳐질/엽서 한 장/밤새 가슴으로 담아내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논하는 사람보다/퉁명스런 말 한 마디에 상처받았을지 모를 품 안 사람에게/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지성으로 전하는 사람이/더 아름답다
남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한다는 건 아름다움이 뭔지 아는 사람만이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아름다움을 가질 수만 있다면 미움이란 말이 있을 리 없을 텐데 채우지 못하는 허전한 마음 속에 늘 반대의 마음이 기회를 보며 늘 도사린다. 아름다울 수 있는 비결을 안 다면 훨씬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입술이 예뻐 보이려면 친절한 말을 하라. 아름다운 눈을 갖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면 되고,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싶다면 굶주린 사람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아름다운 머리를 갖고 싶다면 하루에 한 번 아이의 손으로 그 머리를 쓰다듬게 하고, 멋진 자태를 원한다면 혼자 길을 걷는 게 아님을 명심하면 된다. 샘 레븐슨이 한 말이다. 모든 삶의 굴레 속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언제나 화해와 평화스런 얼굴로 살아가는, 그런 세상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현재의 상황을 핑계 삼지 말고 만날 수 있다면 만나 보자. 단, 아름다운 마음과 눈을 준비한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