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권사(배우리한글학교장, 연합교회)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댔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틀만 남겨놓고 먼 산속으로 간다]
 김광섭 시인의 시 [산]의 1 연입니다. ‘이상하게도’라는 말이 정말 이상해서 첫 구절에서 머물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문학작품이 그렇듯이 작품의 제목이나 그 작품의 시작점인 낱말이나 구절은 작품을 쓴 작가의 의도나 목적, 또는 주제가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 하더니 눈은 아니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은 인력거꾼 김첨지가
운수가 좋은 어느 날에, 여느 날보다 돈을 많이 벌어 그 돈으로 아내를 위해 설렁탕을 사가지만 이미 아내는 죽고말아 처절하게 울부짖는 남편의 모습이 우리의 속을 아리게하는 가난한 이들의 삶의 일면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제목이 주는 운수 좋은 날이라는 느낌과 달리 예사롭지 않은 날씨로 시작하여 독자의 분위기를 이끌어 갑니다.
 [사람은 저마다 정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다. 착하고 품위있는 얼굴의 소유자도 있고, 흉하고 험상궂은 얼굴을 가진 이도 있다] 안병욱씨의 ‘얼굴’이라는 수필입니다. 위의 세 작품에서 보았듯이 글의 시작은 주제와 관련하여 작품의 흐름을 독자가 알 수 있도록 암시해주는 면이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 자기의 소리를 내 기도하지만 주로 서술자를 통해 만들어 냅니다. 다양한 이 소리는 독자를 문학 속에 빠지게 하고 글을 읽어가며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나 편견을 버리게 되기에 새로운 자아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시(詩) ‘산’에서는 산이라는 것이 사람으로 표현되어 새벽녘에서부터 저녁 해질 무렵까지 있다가 사라진다고 하면서 자연의 모습 속에서 인간이 배워야 할 교훈이 있음을 말합니다. 소설(小說) ;운수 좋은 날’에서는 아내를 사랑하지만 가난한 환경 탓에 그 꿈을 이루지 못하는 주인공 김첨지의 비통의 소리가 들립니다. 마지막으로 수필(隨筆), ‘얼굴’은 좋은 얼굴을 만들어 진실한 삶을 살아보자고 하는 지은이의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신의 귀한 선물들을 일일이 헤아릴 수 없지만 그 중에 하나를 꼽고 싶다면 바로 소리(sound)입니다. 빗소리, 천둥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 이러한 자연의 소리를 비롯해 마음을 담아 진정성을 표현하는 칭찬의 소리, 격려의 소리,  배려의 소리, 위로의 소리...... 소리 질러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신의 무한한 사랑과 은혜의 소리......
 그 많은 소리들 가운데 누구나 좋아하는 소리는 찬양의 소리가 아닐는지요. 각자에게 주어진 음색을 따라 높낮이를 넘나들며, 소리의 강약을 조절하는 소리에는 메시지도 있고 무언의 기도와 소원도 있습니다. 자신의 소리는 곧 생각이고 생각은 소리로 다른이에게 전달됩니다. 그러한 때에 원망과 불편의 소리, 험담과 비아냥의 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찬양을 하는 그 순간만은 맑은소리, 고운소리, 아름다운 소리, 밝은 소리만 있게 됩니다.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곳에는 아침 새벽녘이면 이름모를 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새의 아름다움을 전할만한 절절(截截)한 소리가 없어 지금 절절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