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 가운데 ‘걱정을 붙들어 매셔’……라는 말을 쉽게 해보거나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염려하지 말라는 건지, 걱정을 하라는 건지……, 말 그대로의 표현만으로도 걱정이라는 것이 우리의 인간사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짐작하게 합니다. 걱정이란 어떤 일에 대해 마음이 쓰여지는 일로 주로 정신적으로 불안을 느끼거나 불편한 마음의 심리 상태를 육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에 나타나는 심리 현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해 보자면 우리 인간이 걱정하는 대부분의 것은 절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이미 일어난 일이고 나머지 부분은 안해도 될 사소한 것이거나 충분히 바꿀 수 있는 것이랍니다. 더욱이 어쩔 도리가 없는 경우의 걱정거리는 그 보다 적다고 하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걱정이라는 것은 우리의 마음 먹기에 따라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지게 됩니다.
 이런 일화도 있습니다. 어느 대학 교수가 강단에서 수업을 하기 전에 컵에 물을 조금 넣어 학생들로 하여금 그 컵의 무게를 가늠케 했답니다. 200-300 그램 정도라고 많은 학생이 대답했고 교수는 계속해서 그 컵을 들고 수업을 하다가 “내가 더 들고 있으면 컵의 무게가 변합니까?”하고 물었더니 변함이 없다고 학생들은 대답했답니다. 다시 교수가 “내가 만일 한 시간, 아니 하루종일 이 컵을 들고 수업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 학생이 심각하게 말했다는군요. “교수님은 팔에 경련이 오거나 마비 현상이 생겨 병원에 실려 가시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그렇습니다. 교수가 들고 있는 컵의 무게가 시간이 지난다고 달라질리는 없습니다. 다만 컵을 들고 있는 교수의 몸만 탈이 나겠지요. 적은 것이라도 내려 놓아야 힘겹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 예화입니다.
 기형도 시인의 시 [엄마 걱정]에도 걱정이 있군요.[열무 삼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나는 찬밥 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오시네,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안들리네……]
 작가의 유년시절, 행상을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외롭고, 두렵고, 쓸쓸한 마음을, 숙제하는 일의 시간을 조절하며 그러한 마음들을 달랩니다. 자신의 힘든 입장을 말하면서 한편, 엄마의 고단한 삶을 걱정하는 아이의 모습이 순수하고 아름답습니다.
 걱정이란 것이 추억 속에서는 그리움이 되어 되살아 난다는 것을 새삼 알게 해줍니다.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니었음도 깨닫게 됩니다. 삶 속에 걱정과 근심이 없을 수는 없겠으나 그것들을 그 때마다 내려 놓는 일에 익숙해지면 얼마만큼 가벼워 질 수 있겠습니다. 내 힘으로 되지 않을 때, [걱정 근심 무거운 짐 없는 사람 누군가, 피할 곳은 우리 예수 주께 기도 드리세] 세상에 이론이나 학식이 이것 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