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의 복음자리 이야기)추석 유감(遺憾)
2020/10/01 11:33 입력  |  조회수 :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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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권사님, 추석입니다.
인천에 사는 작은 아들과 시집간 고명따님이 와야 집안이 모처럼 부숭부숭해질 터인데 다들 다니러 왔는지요? 가까이 사는 큰 아들 내외가 늘 의지가지가 되고 나머지 자식들은 명절에 삐쭉 한 번씩 와서 넓죽거리다 가면 오래 여운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헛헛한 어머니의 심야 지각 전화
 유권사님, 제 어머니 박순희 권사가 요즘 마음이 헛헛하신지 자주 전화를 하십니다. 엊그제는 브라질시간으로 새벽4시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아차 하셨던 것 같습니다. 미안해서 어쩔줄을 몰라하십니다. 제가 아무렇지 않게 부모자식지간인데 뭘 어떠냐고 말씀드리면서 치켜드렸습니다. 추석이 되고 울적해서 전화를 한다는 게 실례를 했다고 어서 자라고 하시는데 다시 잠이 오나요, 그래서 제가 전화를 걸어서 헛헛한 마음을 달래드리면서 추석 준비 상황을 점검해드렸습니다. 무슨 떡을 하시는가? 과일은 익었는가? 장중과 단감은 얼마나 열렸는가? 배, 사과, 속노란고구마, 고추, 들깨와 참깨, 햅쌀, 도라지와 더덕, 수수, 콩, 녹두, 팥 등등 일일이 여쭤보면서 봄부터 수고하신 노고를 하나하나 치하해드렸습니다. 한 이십분 쯤 지난 후 이제 전화요금 부담이 되시는지 당신이 ‘이제 끊자’고 성화를 하셨습니다. 요금은 내가 내는 데 당신이 성화를 하시는 것입니다. 길게 전화를 해드리는 것이 추석 선물이라고 웃으면서 ‘쇠갈비 한 짝’ 값은 안 나오지 않겠냐고 우스갯소리를 했습니다. 새벽 네시에 전화하신 노인네 마음 내려놓으시라는 뜻입니다.
 손녀딸과 사위인 다운이와 나일즈, 장손자인 용기가 내려온다고 했다면서 조치원 사는 동생 내외, 조카 성기내외, 곁에 사는 여동생 내외는 붙박이고 종민이와 맑은샘이도 추석에 부모님과 외할머니 할아버지 댁으로 내려온다고 기대가 부풀어 계셨습니다. 멀리 있는 아들내외와 추석에 함께 하는 것을 포기한지 오래지만 당신 친 손주와 손녀내외를 보면서 브라질의 아들 며느리 보고 싶은 마음을 지우시는 것 같았습니다.
 고향방문 못하면 덕담 방문이라도
 유권사님, 옛말에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추수의 계절이니 모든 것이 풍성하고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모두가 여유로운 가을 마음을 갖고 살아서 나온 말인 듯합니다. 한국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고향 오가는 것이 쉽지 않지 싶습니다. 브라질은 더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정되지 않고 계속 번지고 있는데다가 현지인들은 그 경각심마저 느슨해져서 걱정입니다. 교회차원에서 추석을 생각해봅니다. 공동식사도 할 수 없는 분위기여서 떡을 주문해서 혹시나 교회에 오는 분들과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간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가족들을 한국에 보내고 혼자계신 분들에게 김치를 담아 나눴으니 추석에는 송편 몇 조각과 함께 덕담 나눌 분위기를 만들어 놔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추석이 한국고유의 추수감사절기인만큼 지금까지,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 감사함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 절실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날숨과 들숨의 만남조차 꺼려져 마스크로 한 자락 막는 분위기니 마음을 담아 전화도 하고 안부를 여쭙는 그런 정성이 담긴 추석을 지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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