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 목사(브라질선교교회 담임)

 

유 권사님, 가끔 거울을 보면 제가 브라질에 온 후에 흰머리가 부쩍 늘어 반백을 훨씬 지났고, 제 아내도 흰머리가 생기기 시작했더군요. 머리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목에까지 주름이 잡혀 갑니다. 권사님, 누가 세월을 막겠습니까? 제 경우도 그렇지만 사실 우리 모두의 삶 가운데 세월이 갑니다.

 제대로 된 객관적 역사 평가의 조건
 교회도, 회사도, 지역사회도 시간이 가면 다 변합니다. 변한 모습을 변화라고도 하고, 전통이라고 하고, 관행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세월의 먼지를 떨어낼 때쯤 되면 역사라고 합니다. 세상사는 사건의 당사자가 영향력을 미칠 수 없이 되어 객관적으로 쓸 수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역사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의 근현대사의 경우 일제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서 제대로 된 역사를 기술하기가 어렵다는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이 소멸된 후에야 비로소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당장 눈에 보이는 존재감은 역사의 평가라는 용광로를 거쳐야 그 가치가 객관적으로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역사의 켜켜 묵은 시대뿐만 아니라 근현대사의 질곡을 거치면서 그런 가치를 재평가해야 하는 일들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런데 부모 자식 사이는 한평생 언제나, 누구나 절대평가를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최근에 제 경우도 그랬습니다. “오빠, 지금 엄마 모시고 응급실 가고 있어요, 기도해주세요. 자세한 것은 병원에 가서 전화할게요.” 80년도 더 되는 시간 절대적인 지지자, 엄마가 응급실에 실려 가신다니...., 별생각이 다 났습니다. 장모님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린 지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더 그랬습니다.

 팔 골절 후 또 응급실에 가셨던 어머니
 어제는 어머니가 계단을 오르다가 넘어져서 팔이 골절되어 깁스한 사진을 올렸기에 더 조바심이 나는 것입니다. 어제 오늘 연속해서 엄마의 건강과 관련된 사고가 터지는 것입니다. 허둥지둥 입니다. 무슨 큰 일이 생겨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장례식에 참석하지도 못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부지런히 달려가도 이미 장례가 끝난 후에나 도착하게 되는 것이 경험자들의 증언이니 더욱 애달픈 마음만 컸습니다. 손에 아무것도 안 잡히는 긴장의 시간이 한참 지나서 비교적 싱거운 답이 왔습니다. “오빠 걱정하지 말아요, 급체로 토하고 그랬는데 해결되었어요. 내일 아침에 통화하세요.” 내일아침이면 여기시간으로는 저녁시간입니다. 한국의 저녁이니, 병원 다녀오셔서 주무시는데 방해할 수가 없으니 저녁 먹고 통화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한국은 아침식사가 끝난 시간이니까요.
 존재감이 뿜뿜 빛나는 분, 그분들이 건강하게 오래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두 분이 백년해로 하셔서 우리가 은퇴하고 한국에 돌아간 후에도 효도 받으시며 함께 사실 수 있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