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은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곁길로 빠져 나가고 싶을 때가 종종있다. 나에게 곁길은 글을 쓰는 일이다. 오랜 세월, 말과 글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보니 말하는 품새가 점점 그럴싸해지고 때론 박식한 언어들로 몸을 감싸 포장하니 꽤나 지식인인양 남이 봐주는데 이 사실에 토를 달지 않고 여기는 자연스러움이 나이든 사람의 세월 값이라며 글을 쓰며 변명한다.
 8.15 경축식과 맞물린 문예공모전의 심사와 시상식 사회를 보며 모처럼 일상의 언어가 아닌 형식이 필요한 말들을 잠시나마 주절거려 본 얼마 전의 일이, 문학 속의 글을 다시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오늘, 그 곁길로 접어들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려고 한다.
 온 세계가 미세 먼지에 불과한 바이러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선진국, 후진국, 공해가 없다는 청정 지역도 소용이 없어진지 오래다. 이러한 삶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받아들이자고 서로가 서로에게 다짐하고 위로하고 격려하지만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삼시 세끼 먹고 그 끼니를 위해 일을 해야하는 사투는 여전히 모두에게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고마운 시, 이야기를 하며 고달픈 일손을 잠시 놓으려고 한다. 시의 제목은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시를 분석하고 시에 담긴 내용에 숨겨져 있는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자는...... 이런 식의 문학 강론이 아닌, 시 안에서 내가 주인공이 한번 되어 보자는 거다.
 시인이 말하는 그늘은 아픔과 시련이 많은 사람을 은유로 비유했지만 나의 느낌은 시원한 고마움으로 표현해 보고 싶은 것이다.더운 여름 날 쉴 만한 곳을 찾을 때 그늘만큼 확실한 곳은 없을 테니까.
 모든 것은 적당할 때 빛이 난다. 적당한 비는 모든 곡식과 열매를 풍성하게 하지만 지나치면 피해를 준다. 비가 그치고 밝은 빛이 내리 쪼이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게 되고 다시 시원한 그늘이 마련된다.
 햇빛은 그늘이 있기에 더 맑고 환하게 빛이 나는 것이다. 숨쉬는 모든 것들이 평온해지기를...... 그늘이 있어 시원했었다고 비로소 깨닫는 시간이 속히 오길 바랄 뿐이다.
 눈물은 슬플 때만 흘리는 게 아니다. 기쁨과 감동을 주체하지 못할 때도 보석같은 눈물이 흐른다. 지금, 우리의 삶은 어떤가? 기쁨의 눈물이 아닌 슬픔의 눈물로 온 세상이 눈물 바다가 될 지경이다. 억지로라도 과장의 표현을 써 본다.
 문학 속에 시인은 온갖 역경과 시련을 겪은, 그늘이 있는 사람, 또 눈물이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했다. 시련과 아픔을 겪은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고 눈물을 흘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늘진 사람, 그늘이 많은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지말자.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으로 여기자.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그늘을 드리우는 사람은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긍정적인 사람, 밝고 활기찬 사람이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남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야 말로 아름다운 모습을 갖춘 자다.
 기쁨의 결과는 눈물이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더 이상 기쁨이 아니다. 너무 기뻐 눈물이 보석이 되는 그 날을 고대해 본다. 그늘과 눈물이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늘이 되어 남의 눈물을 닦아 줄 사람 얼마나 있을까? 곁길로 가는 나의 문학의 길목에서 그늘로 눈물로 만날 수 있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