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사님, 남미 특히 브라질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어머니의 촉각이 더 민감해지시고 관심이 촘촘해졌습니다. 이러다가 우리 아들 죽는 것 아닌가 하는 본능적 모성애가 팔십 노모를 힘들게 하는 모양입니다. 전화를 하시고는 첫 마디가 “정목사님, 별일 없지”이십니다. 내가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어머니, 별일 없으시죠”해야 하는 데 주객이 전도가 된 것입니다. “별일 없냐”는 안부는 요즘 같은 시절에는 관심 있음의 일반적인 표현입니다. 저도 자고 일어나면 제일 먼저 브라질과 남미의 코로나바이러스 변동추이를 확인해서 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는 가슴을 서늘하게 합니다. 사망자가 3만 명이 넘었습니다.
 사망자 삼 만명 시대의 인사 “별일없지”
 미국의 경우에는 2차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사망자를 더한 수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죽은 사람이 더 많아서 사회가 요동치는 것을 요즘 보고 있습니다. 무덤을 잔뜩 파놓고 작업을 하는 공동묘지의 실루엣이 머리에 꽉 차서 “이거 선교하러 왔다가 선교도 잘 못하고, 순교도 못하고, 외국인도 저기 저 무덤에 들어갈 수는 있기는 한가?”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남미선교지방 다섯 나라 열다섯 교회 목사님들이 선교지의 상황을 알려올 때는 같이 긴 한숨을 쉽니다. 선교비가 고갈되었다는 철렁하는 보고는 코로나 바이러스 벽에 갇힌 것 같은 답답함이 엄습합니다. IMF 때 그동안 쌓아놓은 선교지를 대책 없이 철수해야 했던 시절, 줄줄이 선교사들이 귀국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주님 “기쁜 별일”을 좀 많이 만들어주세요. 무릎 드리는 마음이 깊어지는 요즘입니다. 엊그제는 연회본부에서 남미지역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보고받고 남미선교지방을 위한 특별대책회의가 소집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별일 있음”입니다. 세계적으로 “별일 있음”에 대한 여러 가지 대책이 오가고, 일상이 불편하고 힘이 들지만 “별일 있음”에 반응하면서 살아야 별일이 없게 됩니다. 국경이 폐쇄되고, 공항이 통제되고, 살던 곳을 벗어나서 고국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두 주간은 격리되어 꼼짝 못해야 “별일 없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별일이 없는 것을 “별 볼 일이 없다”라고 강조해서 말하기도 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Somthing”이 있느니 없느니 하면서 “별일 있음”을 강조합니다. 별일 유무를 확인하고 처리해주는 신종 직업도 많이 생깁니다.
 그래도 일상에서 일을 찾는다
 유권사님, 별일 없으시지요? 올해도 흙냄새에 끌려서 봄을 다시 시작하시고, 갈걷이 해놓고 관절 수술하신 것은 재 넘어 밭에 오가시기에 괜찮으신지요? 망초가 극성을 부리면 풍년이라는데 밭모서리 망초는 예쁘게 폈나요? 밭둑에 지천인 상사화 잎파리는 탐스럽습니까? 이파리가 죽고 한참 있다 장마 끝나고 나서야 꽃대가 올라와서 노랑색, 분홍색 꽃을 피웁니다. 잎과 꽃이 절대로 만날 수 없어 서로 그리워하다 꽃을 피워 상사화라고 한답니다. 코로나 난국에도 밭을 갈무리하고 뭔가 또 심어야 열매를 거둡니다.  유권사님, 권사님 밭에 감자는 꽃을 피울거구요. 마늘은 ‘쫑’이 올라와서 한바탕 마늘종을 나눴겠죠? 상추가 꽃대를 올렸겠구요. 파도 그렇죠? 얼갈이 배추와 순무도 잡술만큼 심으셨을거구요. 옥수수 대도 무릎정도 올라왔을 거구요. 고추도 배냇잎 다 훑어줬죠? 허리 숙이고 하는 일이라서 힘들죠? 감꽃이 떨어지고 모내기는 진작 끝내고 뿌리 잘 내리라고 비료까지 주셨을 시간입니다. 아무리 바이러스가 쳐들어와서 일상을 파괴해도 농심은 논밭전지에 가 있습니다. 이게 지혜입니다.
우리도 유권사님 농심처럼 일상에서 조심하고 거리두기, 마스크 등 규칙을 잘 지키고 그리고 우리의 일들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