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초 이야기)특별한 손님
2019/12/26 08:39 입력  |  조회수 :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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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자
 
광야로 찾아든 별! 고요히 마주하는 찬연한 그대의 광채는 온 누리의 소망이고 기쁨입니다. 쉼 없이 요동하는 세상 파도를 꾸짖으시며 내 영혼 물 위를 걷게 하시니 평안을 누립니다. 여전히 그 깊고 넓은 심연深淵을 다 헤아리진 못하지만, 날로 확연해 지고 있습니다. 임의 언어를 발견하고 묵언의 대화를 나누도록 까지 참으로 멀고 긴 여정이었습니다. 오래 참고 기다리시며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젠 궂은비처럼 질금거리며 왜, 그리해야만 하였는지 묻지 않습니다. 모두 합당하셨음을 알았기에 때문입니다. 천만번 곱씹어 보아도 그리하심이 마땅하고 옳으셨습니다. 분토만도 못한 것들을 내던지고 보니, 들리고, 보이고, 느껴집니다. 잊어버린 영원한 기쁨을 돌려주시려고 부르시고 기다리신 섭리도 알겠습니다. 그 은총이 아니었더라면 여전히 번지레한 멍에를 무겁게 지고 심령을 억압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곳에 이르고 보니 참 자유하고 홀가분합니다. 동동거리며 떼를 쓰지 않아도 차오르는 숨결만으로도 충분하고, 은밀한 중에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가득합니다. 잎새에도 부는 바람에도 그윽한 향취가 실려 오니, 만물과 어우러져 새 노래를 부르며, 내가 지은 시를 올려드리는 날이 왔습니다. 미련하고 어리석은 인생이 이 놀라운 계획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아련한 기억의 상자를 열고 때늦은 감사와 찬송과 영광을 돌려 드립니다.

 그날은 종일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자갈 냇가의 승냥이가 밤새도록 울어도 문상問喪 가신 엄마는 오지 않았습니다. 생인손을 않느라 고열에 시달리는 나를 부르는 소리가 문풍지와 함께 웅숭그렸습니다. 가물가물하던 의식이 돌아오면 천정엔 수많은 반딧불이 날아다녔지요. 너울거리는 등불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어슬렁거리고 천정이 내려왔다 올라가며 깜깜한 나락으로 수없이 곤두박질을 하였습니다.

 도깨비들이 떼를 지어 몰려온 줄 알았습니다. 헛것이 보이는 동공에는 천지가 빙글빙글 돌고 문짝들이 날아다녔습니다. 얼마나 눈이 내렸든지 산길도 들길도 두절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기별하러 간 아재마저 소식이 없고, 속 타는 언니 눈물 사이로 세밑 바람만 무섭게 불었습니다. 꺼져가는 등불처럼 정신줄을 놓으려는 아이의 생명줄을 붙들고, 살아야 한다며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속삭이던 이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마자 입술이 얼어붙은 어둔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고 오셨다고 하였습니다. 어머니였기에 그토록 험한 설산雪山을 넘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정신이 맑아졌지만, 겹버선 속에 갇혀 있던 엄마의 두발은 오랫동안 동상凍傷을 앓았지요. 그날, 사렙다 과부의 집으로 엘리야를 보내신 하나님께서 친히 청상의 늦둥이를 보살피시며 밤길을 허급지급 달려오지 못하도록 눈을 퍼부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늘이 찾아오신 밤에 흑 암은 울부짖었고 가난한 심중에는 영생의 씨가 뿌려졌습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사랑의 손길은 멈추지 않고 내 맘에 작은 꽃밭을 가꾸셨습니다. 가끔은 구절초가 피기도 하고 때로는 설움 겨운 제비꽃을 피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남은 생을 다하여 순백의 고벨화를 피우고 싶습니다. 오직 그대만을 기다리며 오롯이 임을 향하여 피는 지혜로운 신부의 꽃 말입니다.

 이것이 나를 향한 당신의 포기할 수 없는 섭리이고 갈망임을 알았습니다. 이제 우리 참된 연합을 위하여 빈손 빈 마음으로 망대가 있는 동산으로 조심조심 들어갑니다. 걸어온 광야도, 살아갈 가나안도 모든 것의 모든 것 되신 당신으로만 가능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이 놀라운 은총을 덧입혀 주시고 이끌어 동행하시는 은혜를 무엇으로 다 형용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침묵의 깊은 강을 사랑하며 함께 건너겠습니다.

 아시지요! 정원의 열대 관엽 수들 사이에 깡마른 매실나무 한 그루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땅 조각을 차지하고 악착같이 살아있는 것이 꼭 제 주인을 닮은 것 같습니다. 낮 선 땅에서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어렵게 구한 작은 묘목은 애초부터 허리가 부러져서 왔습니다. 미처 아물지 않은 상처 때문인지, 참 오랫동안 초록으로 옷을 갈아 입지도 못하고 민망하도록 앙상하더니 드디어 꼿꼿하고 당차게 하늘을 우러르고 있습니다.

 홀로는 음부의 그늘에서 원천의 샘에 잇대인 깊은 뿌리를 내리느라 죽음 같은 투쟁을 하였을 것입니다. 고난의 긴 겨울 강을 건넜으니, 분명 머지않은 날 강인한 절개로 잉태한 봄을 낳을 것이고 다소곳한 자태를 들어내겠지요! 달빛 어린 설매雪梅의 운치가 아니더라도, 단아하고 고즈넉한 청초함이 망울지면 그대를 위하여 다기茶器를 꺼내겠습니다. 소박한 찻잔에 우러나는 그윽한 향취를 음미하며 태곳적 신비로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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