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설레지 않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더라? 음.. 모르겠다. 이제 크리스마스는 더 이상 설레는 기간은 아니다. 그냥 바쁘고 분주하고.. 뭔가 또 열심히 준비하고..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나는 성탄예배 때마다 감사하다. 내가 말하는 것은 크리스마스에 대한 설렘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우리 집은 예수를 믿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엔 늘 무언가를 했다. 아빠는 크리스마스 이브면 언제나 산타처럼 선물을 우리 방에 몰래 숨기셨는데 한번은 나에게 들키셨다. 다른 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어 아빠가 산타할아버지야!?”하며 소란을 피웠을지 모르지만 나는 실눈을 뜨고 모르는 척 아빠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내가 생각해도 난 소름끼치는 놈이다..) 그리곤 나중에 “산타 할아버지 다녀가셨어!”하며 어설프게 연기하시는 부모님들을 빤히 쳐다보며 민망하실까 그 앞에서 선물을 열어 “어머, 내가 바라던 건데!!”하고 깜찍 연기도 해드렸다.(‘피노키오 동화책!? 내가 이걸 왜? 초합금 조립식 변신 로보트는!!!’) 하지만 늘 이랬음에도 크리스마스는 내게 꿈만 같은 시간들이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엄마는 요리를 하시며 땅콩쿠키를 구웠고, 아빠는 온통 집안을 츄리와 반짝이로 장식하시고는 동네아이들을 초대하라 하셨다. 그리고 아이들을 앉히곤 연설을 하시려는데.. 애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 하나는 크리스마스 특집 만화보겠다며 TV를 틀고, 또 한놈은 같이 먹쟀는데도 혼자 먹고, 또 하나는 만지지 말라는데 츄리 만지다 혼나질 않나, 한마디로 난리법석이다. 하지만.. 난 그게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우리 가족은 브라질로 이민을 와버렸다. 음.. 그리곤 그 이후로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가 없다. 그냥 형식적이었던 모임들.. 하루 하루 삶에 지쳐있으셔서 무언가를 준비하시기엔 너무 힘드셨던 당시 부모님들, 크리스마스인데 적응은 절대 안되는 더위, 갑작스레 찾아온 망할 놈의 사춘기.. 한동안 내 삶의 크리스마스들은 냉혹한 겨울을 맞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난 집착적으로 학생들과 교인들에게 내가 어릴적 느꼈던 그 크리스마스를 선물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난다. 교회 지붕에 별을 달겠다고 혼자 올라갔다 죽을 뻔 한 적, 밤을 세워 온 교회 벽에 반짝이를 설치했던 적,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아이들과 ‘올나이트’라는 행사를 만들어 밤을 새고 놀았던 적. 늘 감동의 도가니이긴 했다. 하지만 난 당시 내 어릴 적 크리스마스를 되찾고 싶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 헌신을 한 것도 아니요, 봉사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내 안에 집착으로 아이들에게 내가 찾고 싶은 크리스마스를 함께 찾아 공감해 달라고 몸부림을 쳤던 것 뿐이다. 그리고 그러다 결혼을 하고, 우리 하늘이가 태어나고.. 그리곤 산타가 되어 있었다. 한동안..(어떤 분이 하늘이한테 너희 아빠가 산타라고 한 그 날까지..)
 이제 내 인생의 48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아한다. 난 과연 지금까지 이런 크리스마스를 몇 번이나 진정한 성탄으로 준비하며 맞이했을까? 이제 더 이상 그런 설레임은 없다. 하지만 이제 진정으로 그 의미를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성탄을 맞이하게 된 것에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클리닉에서 투석을 받고 있는데 상담 간호사가 갑자기 성탄을 축하한다며 초미니 Panetonne를 나눠주더니 기타를 들고와 노래를 한다. 듣다보니 왜 Panetonne를 줬는지 알겠다.. 연습 좀 하지.. 진정한 Merry Christmas for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