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묵 목사(신광침례교회 담임)

 

저희 큰 아이가 대학 신입이었던 시절, 학과 오리엔테이션에 참석을 했는데 신입생들 중에 10명 남짓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밤새도록 어마어마한 양의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밤새 어울려 술을 마신 그 신입생들 중에 과연 크리스천은 없었을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중에 한 가지 소망어린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금요일 오후부터 주일 오후까지 오리엔테이션 행사가 이어지던 중에 예배 참석을 위해 주일 새벽에 그 자리를 나온 학생들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일부 소수였지만 신입생들의 그런 ‘돌발적’인 행동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까닭은 이미 과거에 모든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예배 참석을 위해 그런 절제하는 본을 보인 선배들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왔던 사실은 그런 본을 보였던 선배들 대부분은, 또한 오리엔테이션과 각종 MT 모임들에서 음주를 거부하며 예배를 위해 토요일 밤 늦게 혹은 주일 새벽에 그 자리를 나와 각자의 교회로 갔던 학생들의 대부분은 목사가 아닌 평신도의 자녀들이었다고 합니다.
 그 젊은이들이 그러한 결단 있는 행동을 할 수 있기까지 그 부모들은 대체 어떻게 그들에게 신앙을 전수했고 교육했을지…, 마치 구약에서 왕의 진미를 거부했던 다니엘들을 오늘에 보는 듯한 마음이었습니다.
 자기가 속한 집단으로부터의 무언의 압력을 견디고 손해와 불이익을 감수하며 신앙을 위해 음주를 거부하고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일정을 절제하는 결단을 최초로 행했던 젊은이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러나, 처음에는 힘들었을 그런 행동들이 조금씩 조금씩 쌓이고 쌓였기 때문에 뒤에 오는 후배들의 운신의 폭이 다소나마 여유로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어느 사회나 조직에서건 신앙의 기준을 지키는 노력 가운데 겪게 되는 손해와 불이익이 있지만, 그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 절대로 무가치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지키고 싶었던 가치를 훼손해야 하는 경우에, 우리는 어쩔 수 없다는 상황 논리를 펴거나 도저히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유로 내세우곤 합니다. 그러나 정말 어쩔 수 없어서 하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사실은 본인 자신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정말 원치 않으면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 행해서 반석 위에 인생을 세워가는 일을 신앙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옳다고 여기는 일이지만, 그러나 정작 그 옳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솔직히 그 옳은 일 하는 것을 별로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야 맞을 것입니다. 
 죄로 오염된 우리의 본성으로 볼 때 우리가 신앙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행하는 그런 복되고 옳은 일 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우리의 연약함을 불쌍히 여기시는 하나님께서는 우리 안에 당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고자 하는 소원까지 허락해 주시면서 그 일을 하도록 하신다고 빌립보서 2:13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죄로 오염된 내 마음과 의지로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그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우리의 연약함을 겸손히 인정하며 주님께 은혜와 도우심을 구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시작해야 할 첫 번째 일입니다. 그 일을 얼마 남지 않은 2019년이 다 가기 전에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권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