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어느 멋진 저녁 말단 공무원인 이반 드미뜨리치 체르바코프는 오페라 관람을 합니다. 공연을 관람하면서 그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에취!”라고 큰 소리를 내며 재채기를 합니다. 누구라도 재채기를 합니다. 체르바코프도 그냥 재채기를 하였습니다. 체르바코프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나서 예절바른 사람답게 주위를 둘러봅니다. ‘재채기 때문에 남에게 폐를 끼친 건 아닐까?’걱정합니다.

 그런데 그의 관심을 끄는 장면이 보입니다. 그는 앞줄에 한 노인이 장갑으로 열심히 닦으며, 투덜거리는 것을 봅니다. 그는 당황합니다. 필경 그의 재채기로 침이 튀였다고 생각합니다. 체르바코프는 그 노인이 운수성에 근무하는 브리잘로프 장군임을 알아봅니다. 체르바코프는 더욱 놀랍니다. 재채기로 장군에게 자신이 침을 튀겼다고 생각하고 안절부절 못합니다.

 체르바코프는 앞으로 몸을 숙이고 장군의 귀에다 속삭였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각하! 제가 본의 아니게 침을 튀겼군요.” 프리잘로프 장군이 대답합니다. “괜찮아요. 괜찮아.” 이 대답에 체르바코프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시 사과합니다. “각하! 제발 용서하십시오.” 장군이 대답합니다. “괜찮다니까. 제발, 공연 좀 봅시다.” 체르바코프는 머쓱해서 앉아 오페라 공연을 관람했지만 불안해서 관람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휴식시간에 체르바코프는 장군에게 다시 갔습니다. 장군 주변에서 얼쩡거리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제가 침을 튀겼습니다. 각하. 용서하십시오.“장군이 대답합니다. “어허 나는 잊어버렸는데 아직 그 얘기요?” 장군은 날카롭게 반응합니다. 얼굴에도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였습니다.

 체르바코프는 “아니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눈에는 원한이 담겨 있잖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장군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또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합니다. “이제는 말도 안하려고 하네. 내가 정말 그럴 의도가 없는 실수라고 해명을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일부러 내가 침을 튀긴 거라고 오해할 거야.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안 하더라도 나중에는 그러겠지.” 그래서 그는 확실하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장군은 괜찮다고 하지만, 이 소심하고 불쌍한 관리는 장군 주위를 얼쩡거리며 안절부절 하지 못합니다. 이러니 오페라 따위 눈에 들어올리가 없습니다. 오페라를 보는 둥 마는 둥 마치기만을 기다리다 돌아 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얘기하니 아내도 가서 사과를 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다음날, 말끔한 새 제복을 입고 장군을 찾아갑니다. 

 장군을 찾아가니 장군의 접견실에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이미 접견을 시작해서 사람들을 만나는 장군이 보였습니다. 체르바코프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장군이 보았습니다. 그는 달려가 말합니다. “기억나실지 모르지만, 각하! 어제 극장에서 제가 재채기를 하며 본의 아니게 침을 튀겼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귀찮게 왜 자꾸 이러시오?”

 그리고 장군은 다음 사람에게 고개를 돌리고 묻습니다. “선생은 무슨 일이시죠?” 체르바코프는 맘이 상했습니다. “말하기도 싫다는 뜻이군”이렇게 생각하니 불안해서 얼굴이 창백해 졌습니다. 그는 생각합니다. ‘화가 났단 얘기야. 아니, 이대로 내버려 둬선 안 되겠어. 해명을 해야지.’ 체르바코프는 장군의 반응을 오해합니다. 침이 튄 것에 너무 화가 나서, 말도 하기 싫은 걸로 생각하고 심각하게 걱정합니다. 장군의 행동을 오해하고 혼자 상처받습니다. 장군의 반응을 왜곡해서 걱정합니다. 그래서 자꾸 변명하며 사과합니다.

 장군이 자리를 뜰 때, 체르바코프는 황급히 장군을 쫓아가서 말합니다. “각하! 제가 감히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죄송하기 때문입니다. 본의가 아니었다는 걸 제발 알아주십시오.” 거듭되는 사과에 장군은 정말로 짜증이 났습니다. 이미 화해하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했는데도 자꾸 반복되는 사과에 장군은 지겨웠습니다. 그래서 장군은 울상을 짓고 손사래를 치며 문을 닫았습니다. 문을 닫으며 “여보세요. 날 놀리자는 겁니까, 뭡니까?”라며 문을 꽝 닫았습니다.

 소심한 체르바코프는 깜짝 놀랍니다. ‘놀리다니, 무슨 말이지?’ 놀란 가슴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나는 놀리려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장군님이 나를 이해를 못하시네. 그렇다면 편지를 쓰는 거야! 젠장! 안 찾아가겠어.” 하지만 그는 편지를 쓰지 못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편지에다 쓸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제 재채기를 해, 장군님 대머리에 침을 튀겨서 죄송합니다.’라고 쓰자니, 너무 어색하고 이상했습니다.

 체르바코프는 밤새 전전긍긍하다가 아침에 다시 장군을 찾아갑니다. “각하. 저는 어제 와서 패를 끼친 사람입니다만” 장군이 그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그는 더듬거리며 말합니다. “각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놀리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다만 재채기를 하고 침을 튀긴 것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려던 것이었습니다. 놀리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어떻게 제가 감히 각하를 놀리겠습니까. 만약에 제가 웃었다면, 그건 높으신 어른에 대한 존경심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이어지자 장군은 부들부들 떨며 소리를 빽! 질렀습니다. “꺼져!” 체르바코프는 두려움에 질려서, 속삭이듯 물었다. “뭐라고요?” 화가 난 장군이 발을 구르며 되풀이 말했습니다. “꺼지라니까!”

 그때, 체르바코프의 뱃속에서 뭔가가 터져 버렸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로 그는 문 쪽으로 뒷걸음질 쳤습니다.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기며 집에 돌아온 그는 관복을 입은 채로 소파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그는 침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재채기로 침을 튀긴, 너무나 시시하고 사소한 사건으로 주인공은 죽었습니다.

 이상이 안톤 체호프의 단편 ‘어느 관리의 죽음’의 줄거리입니다. 톨스토이가 극찬한 체호프는 타고난 이야기꾼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본 작품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당대의 을인 ‘약자’의 비애를 보여줍니다. 또 ‘소심함’의 역기능과 지나친 ‘염려’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체호프는 인간의 나약함을 약간은 과장의 코믹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읽는 내내 필자는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Cast all your anxiety on him because he cares for you.벧전5:17)”라는 말씀을 되뇌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