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부터였을까? 매년 두 번씩, 가슴뛰며 준비하던 수양회. 아마도 20세쯤부터 혼자 기획을 했던 것 같다. 언제나 선배님들의 프로그램들을 참고했지만 매번 새로와야 했기에 있는 아이디어 없는 아이디어를 모두 쥐어 짜야만 그 해의 재미있는 프로가 탄생했다.
 때론 추억을 만들어 주겠다며 과한 욕심을 부리다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또 억지로 감성을 주물럭 거리려다 은혜도 아닌 이상한 수양회를 만든 적도 있었다. 또 늘 새로운 경험을 주겠다며 한번 간 곳은 절대 가지 않는 희안한 철학으로 별의 별 요상한 장소에서 진행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장소를 찾고 전문 수양관들도 많아 쉽지만 당시엔 그런 것이 없다보니 늘 힘들었었다. 내 기억에 최악의 장소는 어느 해변가의 페쇄직전 러브모텔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미친 짓이지만 당시는 나름 그럴 이유가 있었다. 또 교사들과도 얼마나 많이 싸우고, 그러다 마음 터놓고 기도하며 친해지기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수양회 기획을 하지 않은지 얼마나 되었을까? 지금은 한 교회 소속이 아닌 자비량 선교사로서 선교와 찬양이 우선이다보니 그럴 수밖에. 그런데 간만에 연락이 왔다. 그리고 이번엔 기획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뭐 그 정도는 일도 아니지만 문제는 과연 내가 아직도 아이들의 리듬에 맞출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의문이었다. 이젠 점점 늘어가는 잔소리, 멀어지는 공감대.. 하지만 주님이 부르신다면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순종했다.
 그러나 역시, 첫 날 설교 중 깨달았다. ‘아 이건 너무 신학적이잖아’. 애들이 이해를 잘 못하는 듯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언젠가부터 난 학생들에게 설교하는 법을 조금씩 잊고 있다는 것을.. 아니, 이젠 내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표정도 손짓도 너무 점잖아졌고 말도 느려졌다. 안타깝다. 그리고 교사 한 명과 식사를 하며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하나님께서 이번에 나를 부르신 이유를 알겠어. 이제 학생부는 그만 하라는거야..”. 그리고 그런 가운데 한 번 생각해 봤다. 내가 지금까지 사역을 하는 동안 과연 몇 명이나 주님을 만났을까? 정말 그 수많은 시간, 수양회를 인도하며 울고 웃던 그 아이들은 지금 대체 모두 어디갔을까?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해도 내 실수 하나에 실망하여 상처받고 떠난 아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저 주님께 부끄럽고 죄송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최선은 다 해야했다.
 마지막 날 켐프화이어에서 아이들과 기도를 마치고 새벽 3시까지 놀아주는데 몸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끝까지 있었다. 좀 졸았지만.. 주일 사역이 있어 밤을 새고 올라와 모든 사역을 마치고 드디어 집에 돌아왔는데 15세 딸이 자기 교회 수양회를 다녀왔다며 나를 반겼다.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재잘재잘 수양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쏟아놓기에 침대에 몸을 기대앉아 누워 딸도 내 가슴에 등을 대고 앉으라 하고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이 녀석, 처음엔 친구들 이야기들을 하나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받은 은혜들을 나누기 시작한다.
 하나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씀이 얼마나 좋은지, 기도가 얼마나 잘 터지는지, 찬양드릴 때 얼마나 기쁜지, 부름받을 때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그리고 전도사님들 선생님들께 얼마나 감사한지.. 나는 알았다 하고는 딸을 제 방에 들여보냈다. 그리곤 혼자 방으로 돌아와 한참을 울었다.
 몸이 좀 나아지면 전도사님들 선생님들 모시고 식사대접이라도 해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