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학 박사수료)

 

한인과 교회
 브라질 한인의 역사는 한인 교회의 역사입니다. 교회는 말과 물이 설은 한인들에게 한국 정체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며 자녀들을 교육하는 장소였습니다. 이민역사 반세기를 지나오며 브라질 한인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교회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주말마다, 수요일, 금요일, 새벽마다 한인들은 함께 예배드리고, 대화하고, 이민생활의 희노애락을 교회에서 나누었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종교기관 이상의 기능을 감당했습니다. 한국말로 드리는 예배는 종교적 체험을 뛰어 넘어 강한 공동체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예배 후 한국음식을 함께 만들고 나누면서 모국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었지요. 한국말을 가르치는 한글학교는 자녀들에게 한국의 얼과 문화를 가르치는 최적의 기회였습니다. 중요한 교회의 행사 때 마다 함께 한국 음식을 만들고, 한복을 입고, 한국의 명절을 지키는 곳도 바로 신앙공동체였습니다. 한인 1세들에게 교회는 작은 한국이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특별한 의미입니다. 지키고 보존하고 ‘내 교회’라는 의식이 있었지요. 하지만 2세와 3세들에게 한국교회는 어떤 의미일까요. 1세와는 그 애착의 정도가 조금은 다르지만 교회를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은 동일한 것 같습니다.   
 이민자와 종교성
 이민자들에게 종교는 중요합니다. 모국에서 신앙을 가져온 이민자 뿐 아니라 신앙이 없는 이민자들도 이주국에서 종교를 갖는 것은 이민경험의 과정에서 현지사회와의 통합과 모국과의 연결성을 유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Teresa Garcia-Muñoz와 Shoshana Neumand(2012) “Is Religiosity of Immigrants a Bridge or a Buffer in the Process of Integration? A Comparative Study of Europe and the United States”는 미국과 유럽의 이민자들의 종교성을 비교하여 현지사회의 통합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다룹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두 가지의 중요한 사실을 밝혔습니다. 첫째, 이민자들이 현지인 보다 더 종교적이라는 사실입니다. 특정 종교에 대한 믿음, 가치, 실천을 통해 이민자들의 삶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민자들의 높은 출산율과 유입이 계속됨에 따라 유럽과 미국에서의 종교적 지형 변화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둘째로, 미국과 유럽에서 이민자들의 종교성은 상이합니다. 미국에 사는 이민자들의 신앙심은 미국 사회의 통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민자들의 종교성은 이주국의 사회 통합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단지 영혼의 쉼터로서 기능합니다. 미국이 다문화 다인종사회로 변모해가는 것을 예상할 수 있고, 유럽의 이민자들이 종교를 통한 분파성의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한인교회와 사회통합
 브라질 한인들의 종교성은 사회통합에 연결 고리가 되고 있습니까? 아니면 방해 요인이 되고 있습니까? 이 질문은 이민자들에게 종교를 가지는 것이 현지사회와 잘 어울려 지내는 데 어떻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답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브라질 한인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는 개신교회로 범위를 좁혀보면 그동안 한인교회는 한국적인 것을 실천하고 유지하는 장소였습니다. 브라질 문화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1세는 교회를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한인 1.5세와 2세 기독교인 중에서 브라질 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고 신앙생활 하는 한인은 많지 않는 이유도 한국교회의 독특한 정체성을 반증합니다. 하지만 이제 한인 교회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국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브라질 사회와 잘 어울리며 지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1세에게 교회가 모국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며 이주국과 분리된 공간이었다면 2세와 3세들에게 교회는 브라질 사회와 다리를 놓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로 예배를 드릴 것인지 포어로 할 것인지. 교회 재산의 관리는 어떻게 할 것 인지. 교회내의 직급의 기능과 역할은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와 같은 교회 내부의 변화에도 준비해야 하지만, 한인 교회가 어떻게 한인과 브라질 사회와 잘 어울리는 도구가 될 것 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