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초 이야기)기억의 끈
2019/05/09 22:21 입력  |  조회수 :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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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자
 
가을이 깊어 간다. 기억의 끈을 놓지 못한 것일까? 계절의 끝자락에 매달려 여린 가지에 장미 한 송이가 피었다. 겨울을 견디도록 가지치기를 하였는데, 무슨 연유로 찬 바람에 나 앉아 꽃망울을 터트렸는지 모를 일이다. 그윽함도 탐스러움도 없지만 주어진 삶을 마지막까지 곱게 살아내려는 애 시린 자태와 강인한 생명력이 경이롭다.
 사부작사부작 떨어지는 잎새들이 갈바람의 빛깔처럼 본디의 자리로 돌아가듯 아끼고 사랑하던 사람들이 하나씩 멀어져 간다. 늘 그 자리에 머물 것만 같았던 기억처럼 희미해져 가는 이름들은, 이 땅에서 무엇을 하다가 무엇을 안고 돌아가는 것일까? 끝내 내려놓지 못하던 악착같은 꿈과 부여잡고 있던 마음마저도 부질없음을 알기까지는 일생이 필요한가 보다.
 과거와 미래 사이의 영원한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도 그날은 어김없이 도래할 것이다. 존귀한 주님의 깊고 넓은 품과 진중한 그 사랑의 눈동자를 발견하도록 까지 참으로 길고 긴 여정의 광야를 돌고 돌았다. 그 품은 육신의 기억이 포기하지 않는 선악과의 쓴 뿌리를 뽑아내지 않고는 이를 수 없었기에, 나로 고난의 깊음을 지나게 하신 광야는 은총의 시간이었다. 
 뒤돌아보면 참으로 부끄럽고 송구한 일뿐이다. 부귀영화를 누리던 애굽을 심판하고 이끌어낸, 구원의 백성 이스라엘은 홍해 바다가 갈라지는 엄청난 기적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사흘 길, 마라의 쓴 물 앞에서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와 인도하심을 까맣게 잊고 탄식하였다. 자비로우신 하나님을 격노케 한 나의 모습이다.
 가나안을 향한 순례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은 성경 말씀을 통하여 소상히 계시하셨다. 그러나 굽이굽이 마주하는 원치 않는 고난이라는 쓴 물 앞에 서면, 어제까지의 은혜와 그분의 특별한 섭리를 잊어버린다. 주안에서 무엇이 우연이 있을 것이며, 그저 다가오는 고통이 하나라도 있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이 뽀얘져서 만나서는 안 될 일을 만난 것처럼 풀썩 주저 앉았었다.
 빨리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를 바라고, 모든 것이 하룻밤 꿈인 듯 제자리로 돌아가게 해달라며 사투를 벌이고 몸부림을 쳤었다. 마치 애굽을 추억하는 이스라엘 백성처럼 말이다. 나를 어루만지고 다듬어 가시던 주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그리하셔야만 하는 주님의 선한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의사의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 같았다. 하나님의 뜻 대로가 아니라, 내 뜻대로 해주시기를 고집하며 울었었다. 
 그때마다 주님께서는 영영 나를 잊으신 듯 침묵하셨다. 치열한 고독에 자맥질하던 숱한 밤들이 지나고, 울부짖던 나의 몸부림이 잠잠해진 후에야 언약의 샘 가에서 기다리시는 주님이 보였다. 지치고 갈 한 영혼에게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생명수를 주시려고 아침햇살처럼 다가오셨다. 따사로운 주님 품에 안겨서야, 비로소 그리하셔야만 하였던 넓고 깊은 아버지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쓴 물, 현실의 그 아픈 시간은 다함이 없는 하나님의 사랑과 깊은 섭리로 들어 가는 축복의 문이었다. 그 어려운 시간을 통하여 영적으로 성장하도록 심령을 기경하시고 삶의 깊이를 더하시며 주님으로 채워주셨다.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는 어떤 환란과 고난이어도 하나님 안으로 들어 가게 하시어, 내 영혼을 성장케 하시고, 주님으로 협소한 심령을 넓혀가시며 하나님의 기업을 얻도록 이끌어 가신다.
 이즈음에서 깊이 통찰해보게 되는 것은 인생 여정에서 마주하는 쓴 물은 내 영혼을 소생케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다. 그러면 고난 앞에선 내가 무엇을 하기를 주님께서 원하셨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 모든 상황의 주인 되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시간이다. 지난날의 누려온 은혜처럼 오늘의 역경도 감사하며 찬송하며 순 전한 마음으로 예배하는 것이다.
 상황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신뢰하고 찬송하며 주님께서 찾으시는 한 사람의 예배자로 일어선다면 인생의 끝자락을 하나님으로 마무리하는 욥의 결국이 될 것이다. 사흘의 목마름을 견디지 못하는 인생이지만, 이 광야 끝자락에서 애굽의 단물을 추억하는 기억의 끈을 주님으로 끊어버리자. 그리하여 주님의 눈동자에 머물며 언약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까지, 오직 주님을 찾고, 바라고, 구하는,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자!

님이여 /김송자 (시)

그대로만 살기 위하여
새벽날개를 펴고
적막의 바다를 건너가며

고난의 깊은 골을 지나
한줄기 빛을 따라
그대를 수 놓아 가오리니

드릴 것 없는 작은 자의
사랑을 추억하사
내님의 보좌로 이끄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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