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다. 놀러왔냐고? 아니다. 나름 연수 온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예배선교사역’이란 것을 시작하니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마침 LA에서 앞서가시던 예배선교단체가 ‘마커스’ 컨퍼런스를 여신다기에 참석 겸사 봉사도 하며 배울겸 온 것이다. 그런데 첫 비행기가 폭풍우로 약 3시간 연착되었다(이날 40대 정도가 켄설됐다니 출발한 것만도 감사하다.)
 다행이 파일럿님께서 마구 달리신 덕에 그리 늦진 않았지만 미국입국심사 줄에 빨리 서야 시간을 버니 난 내리자마자 숨차도록 달렸다. 사람들이 쳐다봤지만 뭐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데 한참을 달리다 비행기가 바뀌었으니 짐을 찾아야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결국 그리로가니 아까 뒤로 재치고 온 분들이 내 주위에 어슬렁 모인다. 그리고 역시 내 짐은 꼴찌에서 두번째.(뻘쭘해서 기다리는 내내 운동하는 척..) 입국 심사를 받는데 여권을 기계에 찍자마자  “음악인이세요?”라고 묻는다. 들락날락할 때마다 늘 음악 일로 왔다 했더니 아마 기록이 남은 모양이다. 무섭다. 이젠 미국도 날 알아본다. 세상 참 좁고도 좁다.
짐을 다시 붙이고 나니 다음 LA행이 40분안에 떠난단다. 나는 다행이다 생각하며 셔틀버스를 타려고 문을 나서는데 와, 눈이 온다! 호된 더위로 허덕였던 브라질에서 떠난지 겨우 10시간 지났는데 여긴 눈이 오다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세상은 넓고도 넓다.
 겨우 비행기에 딱 오르니 어찌 정겹다. 이유는 바로 국내선의 허전함 때문. 정말 의자 외엔 아무것도 없다. 영상도, 서비스도. 서비스라곤 딱 마실 물 정도와 손가락만한 스낵 봉지 하나 외엔 모두 사먹어야 한다. 이렇게 멀리 미국까지 왔는대도 서비스는 브라질하고 왜케 똑같은지 아주 친근하고 익숙하다. 역시 세상은 참 좁고도 좁다.
 LA에 내려 짐을 찾고 바로 지인 댁으로 행했다. 짐을 풀고나니 오후 3시. 너무 피곤했지만 당장 오늘 선교팀들과의 일정이 있으니 쉴 수는 없고 우선 고픈 배라도 달래기 위해 늘 가던 한국식당애 가서 언제나 주문하는 국 하나를 시키고는 한 수저 뜨는데 헉, 맛있다! 재료가 달라서인가? 어찌 이리 다를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같은 한국 음식인데 뭐라할까? 맛이 더 한국적이다? 나는 이젠 우리 브라질도 부족한 것이 없다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 역시 세상은 넓고도 넓다.
 드디어 선교팀들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한 자매가 브라질에서 오셨느냐? 누구 아느냐? 누구는? 그래서 모두 안다고 하자 너무 좋아한다. 그런데 그 분 나도 모르는 것들을 알고 계신다. 정말 여기 소식이 다 들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세상은 좁고도 좁다.
 예배 준비를 마치고 간식을 나누다 이런 저런 사역 이야기를 나눴다. 동기, 방향, 어려움 등.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것이 있었다. 왜 지금 이 모임을 교회가 아닌 외지고 협소한 사무실을 빌려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자 대표님이 이렇게 설명해 주신다. “네, 좀 부끄러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여기는 선교사역에 어떤 교회의 이름이 연관되면 또 다른 어떤 교회들의 교인들은 참여하시지 못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중립된 입장에서 사역하려고 교회를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난 이렇게 대답했다. “부끄럽긴요, 익숙하고 친근하네요”. 역시 세상은 참 좁고도 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