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과 삼바
 매년 2월-3월중 브라질은 카니발로 시끌벅적합니다. 나흘간의 축제에 사람들은 일손을 놓고 음악과 춤에, 술자리와 거리로 모여듭니다. 카니발을 전문적으로 연출하는 삼바스쿨의 퍼레이드 경연장인 삼보드로모(sambódromo)에서는 타악기 연주자들의 다양한 드럼소리가 귀를 때립니다. 단순한 리듬에서 시작해 여러 종류의 다른 리듬이 섞인 폴리리듬(poly-rhythm)위에 강렬한 노래가 얹혀지고 광란의 축제가 시작됩니다. 형형색색 복장의 댄서들이 이끄는 화려한 군무는 삼바스쿨이 정한 주제에 맞게 연출된 설치미술에 춤, 음악, 연극, 첨단 기술이 조합된 종합예술의 장관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 카니발을 이끄는 음악과 춤이 삼바(Samba)입니다. 주위 브라질 친구들이 다양한 음악을 즐기지만 국가적 상징의 순수함과 정통성으로의 삼바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수백 년 간 이슈가 된 인종, 대중문화 그리고 국가정체성의 이야기를 삼바는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히오 그리고 혼종성
 삼바 연구가들은 바이아(Bahia)주의 아프리카 토속종교인 깐돔블레(candomblé)의식 후 행해지던 가벼운 춤인 삼바 지 호다(samba de roda)에서 그 춤의 기원을 찾습니다. 하지만 음악적인 장르로서 본격적으로 발견되고 발전된 곳은 1920년대 브라질 문화의 중심이었던 히오 지 자네이루(Rio de Janeiro)입니다. 브라질 인류학자인 에르마노 비안나(Hermano Vianna)(1999)의 『The Mystery of Samba』는 삼바가 어떻게 브라질의 정체성을 담은 음악이 되었는지 설명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질베르뚜 프레이리(Gilberto Freyre)는 삼바의 뿌리가 흑인음악과 춤, 그리고 포르투갈 음악전통과 섞인 파두(fado)에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외부에서 보기에 삼바와 카니발은 브라질의 아프리카 전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실 메스치싸젱(mestiçagem)이라 불리는 혼종성이 그 본질에 있다는 것이지요. 책에 따르면, 1930년대부터 브라질에서는 인종적 문화적으로 섞인 정체성이 그들의 국민성의 특징을 정의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형성되었고 엘리트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졌습니다. 삼바가 바로 이 혼종성을 잘 수용할 수 있는 문화적 현상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이렇듯 삼바는 복잡한 문화적 매개를 통해서 발전된 사회적인 결과물입니다.
‘최고의 발견’
 삼바는 1888년 노예제 폐지 이후 짧은 몇 십 년 소외되고 가난사람들의 ‘억압받는 음악’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국가적 상징’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단지 대중문화 속에 있는 춤과 음악으로만 이해되기에는 정체성의 형성과정과 역동성의 범위가 깊고 넓습니다. 만약 삼바가 미국처럼 TV, 라디오, 신문, 음반을 통해 전파되어 상품성을 최고의 가치로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면 삼바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삼바도 TV나 라디오와 같은 매체를 통해 전파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고 잘 팔린다고 해서 대중문화쯤으로 여기는 것은 삼바의 정수를 이해하는 방해요소입니다. 삼바는 그 발견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브라질 사회와 사람들 안에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내재되어 있던 아프리카와 유럽, 그리고 미국의 문화적 상이성의 역사적인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혼종적 인종성과 기질은 그 토양이 되었습니다. 음악과 춤, 연극과 미술은 열매를 맺게 한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다양한 사회적 계급 사이에 놓인 힘과 권력의 상호작용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멈춰있는 어떤 특정한 예술 장르가 아니라 지금도 재발견되고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서의 삼바를 브라질 ‘최고의 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