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 ‘영재 발굴단’에서 피아노를 공부한적 없이 혼자 동영상을 보고 들으며 피아노를 배운 배용준(11세)이라는 천재 소년을 소개했는데, 나중에 한국 음악계의 거장 ‘금난새’ 선생님의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협주를 하게 되었다. ‘금난새’ 선생님은 용준이를 초대하신 동기를 이렇게 말씀하셨다. “TV에서 어린 소년이 훌륭하게 연주를 하면서도 인터뷰하는 내용이 상당히 어른스러웠어요”. 용준이에게 던져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연주는 잘하는데 음악을 통해서 무엇을 할래?” 그러자 용준이는 “사람들이 제 연주를 듣고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하였다. 나는 방송을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 답은 각본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질문만은 사라지질 않는다. “연주는 잘하는데 음악을 통해서 무엇을 할래?”. 한국에서는 너도 나도 학위 하나 더 챙기려는 경쟁이 엄청나다. 얼마 전 유럽에서 ‘가짜 학술 대회’가 판을 친다는 뉴스를 접했다. 한국 기자 몇이 직접 인터넷으로 생성한 논문으로 그 대회에 참가, 학위까지 받는 과정을 폭로했는데 참가자 명단에 유명 국립대 교수들도 있었으며 발표 때는 학생들만 보내 자신들은 관광을 다녔다는 의심까지 받았다.
 세상은 누가 더 많은 정보를 가졌는가가 힘이다. 그래서 많이들 공부하고 정보를 얻어 서로 더 존중받으려 한다. 하지만 정답만 가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아니다. 사회는 협력이다. 마음을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동기부여와 목적이 필요하다. 이 벨런스는 엄청 중요하다. 지식만 많으면 교만해질 수 있고, 마음만 움직이면.. 교주가 될 수도 있다.(ㅋㅋㅋ)
 얼마 전 휴일에‘기쿠지로의 여름’(1999)이라는 일본 영화 한 편을 봤다. 아빠는 교통사고로 죽고, 또 엄마는 돈번다며 나가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9세 ‘마사오’가 방학을 맞아 혼자 외롭게 집에서 놀다 우연히 엄마 사진 뒤의 주소를 발견하고는 동네 술집 아줌마의 철없는 52세 깡패 애인 아저씨와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여행 도중 두사람은 수많은 일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을 경험하고 배운다. 그리곤 영화 마지막에 ‘마사오’가 아저씨와 헤어지며 그에게 이렇게 묻는다.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그러자 웃으며 그는 대답한다. “응.. 기쿠지로!”. 난 이 대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제야 이 영화의 주인공이‘마사오’가 아니라 바로 소년과 여행하는 동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 이 깡패 아저씨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작가와 감독의 숨은 의도를 내가 모르고 오해한 것이었다.
 성경에도 이런 의도들이 숨어있는 듯 하다. 처음 요나서를 읽었을 때 나는 영웅담에 익숙해 있어 유난히도 요나의 한심함을 비난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그 저자가 바로 선지자 요나였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요나서는 그의 부끄러움을 고백한 회고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린 성경에서 대체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또 다른 정답? 또 다른 성공? 또 다른 힘? 그리고 그런 생각으로 열심히 봉사하고, 노력하고 헌신하며 내가 원하는 축복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하나님께서 진정 기다리시는 것은 그 어떤 업적보다 우리들이 마지막까지 그 분을 의지하고 동행하며 돌아서는 것 아닐까. 지금도 하루 하루 자신을 완성시키시며 최고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또 오르신 많은 신앙인들께 하나님은 이렇게 묻고 계시진 않을까? “그래 이렇게들 열심히 사는데.. 대체 이걸 통해서 무엇을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