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주위에서 발견하는 아랍의 영향
 상파울로는 전세계 문화의 경연장입니다. 유럽, 아프리카, 미국, 아시아는 물론이고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아랍(árabe)의 영향도 발견합니다. 에스피아(esfiha), 끼비(kibe), 베이루치(beirute)는 이미 브라질화된 음식이고, 올리브유(azeite), 열매나 뿌리의 저장음식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브라질 전역에서 발견되는 둥근 탑 형태의 이슬람교 사원인 메스키따(mesquita)는 뾰족한 가톨릭교회의 첨탑과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에미레이트(emirate)와 에티하드(etihad)는 지리적 위치를 잘 이용하여 브라질과 아시아, 유럽을 연결한 아랍 항공사들입니다. 유력 정치인인 Temer, Haddad, Alckim 도 모두 아랍 이민자들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듯 가톨릭 국가라고 알려진 브라질에서 아랍과 이슬람교의 영향력은 사회 곳곳에 드러납니다. 같은 아시안 이민자들로 분류되지만 이들에게는 중국, 일본, 한국 이민자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브라질 역사: 기독교와 이슬람의 뿌리
 브라질의 역사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뿌리가 엉켜서 시작합니다. 포르투갈 정복자들이 살고 있던 서유럽의 끝 이베리아 반도는 역사적으로 이 두 개의 종교가 흥망하며 그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었습니다. 5세기 게르만족(기독교), 8세기 무어족(이슬람), 13세기 에스파냐인(기독교)은 반도의 지배세력이었습니다. 특히 무어족은 북아프리카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한 베르베르인들로 500년 이상 아랍문화의 영향을 끼쳤습니다. 13세기 무렵 에스파냐인들의 국토 회복 운동으로 많은 땅이 기독교의 영향에 들어가게 되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대항 해시대(era das grandes navegações)를 통해 아프리카와 중남미로 진출 했습니다. 따라서 1500년부터 포르투갈 정복자들에 의해 시작된 브라질 역사는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의 피가 동시에 이식되어 흐르고 있었습니다. 단국대 박원복 교수는 「브라질 문화에 끼친 아랍문화의 영향연구」(2011)에서 브라질 아랍인들의 두 갈래에 주목하는데, 첫째는 17-18세기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와 바이아 주에 정착한 이슬람교도들인 말레(malé)이며, 둘째는, 이슬람 문화 영향 아래 있던 이베리아 반도에서 온 기독교인들인 모사라비(moçárabe) 입니다. 말레들이 사회적 신분과 지역적인 한계가 있었다면, 모사라비들은 유럽과, 인디오 그리고 아프리카의 정체성을 뛰어넘는 문화의 특성을 지녔다고 합니다. 187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리아-레바논인들의 이주는 브라질 정부의 이민정책과 함께 자리 잡게 되는데, 1945년 이후 중동의 많은 아랍이민자들은 도시에 정착했고 봇짐장수(mascate)로서 브라질 전국을 돌아다니며 문화를 전파했습니다. 현재 약 1200만 명의 아랍 후손들이 브라질에 살고 있습니다.
 한인의 미래: 브라질과 접촉점 찾기
 부산외대 김영철교수는「브라질의 민족형성과 이민」(2011) 에서 19세기 중반 브라질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엘리트들의 아랍인들에 대한 태도를 주목합니다. 당시 이들은 유럽과는 다른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기에 인디오적이지도 아프리카적이지도 않은, 차별화된 유럽인 (아랍화된) 이베리아의 문화의 뿌리가 자신들과 연결되는 것에 불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브라질과 아랍 문화는 역사적인 뿌리가 맞닿아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접촉점이 넓어지고 상호작용하여 ‘브라질화된 아랍인들’ ‘아랍화된 브라질인들’의 문법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우리는 한인들과 브라질과의 접촉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이 땅의 사람들과 흥망성쇠를 함께 경험했습니다. 한국과 브라질. 거리만큼이나 너무도 다른 것 같지만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맞닿는 점이 있을 것이고 이것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소통하며 넓혀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임을 아랍인들을 보면서 고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