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중 선교사(한국외대 국제지역학 박사수료)
1. 최근 트럭 파업(Greve dos caminheiros) 사태가 심각합니다. 약 100만대가 운행을 중단했고 고속도로 520곳이 트럭으로 점거됐습니다. 사람이던 물류이던 경제의 동맥이 흐르지 않습니다. 마트에는 물건이 동나고 곳곳에 사재기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학교가 휴교하고, 항공편은 마비가 되고, 앞으로의 물가 상승은 더 걱정입니다. 5월 25일 상파울로와 깜삐나스시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정부가 군대를 투입하여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하지만 노조와 정치 세력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한국 영사관은 교민들에게 여행 자제, 충분한 자동차 유류와 가정 생필품 확보, 뉴스를 통한 사태의 추이를 잘 살피라고 부탁했습니다.
2. 트럭 파업 사태의 표면적인 이유는 디젤 가격의 상승 때문입니다. 그 동안 브라질 정부는 에너지기업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에게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디젤 가격의 상승을 억제해왔습니다. 하지만 테메르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경영 간섭을 최소화하고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습니다. 더욱이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헤알화 가치 하락, 물가 상승의 여파는 원자재와 생활용품의 장거리 운송을 담당하는 트럭에게 가장 먼저 닥쳤습니다. 파업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정부는 5월 28일에 디젤 가격을 60일 동안 10% 낮추도록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고 최저 운송요금의 보장도 약속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과 주식시장은 그 이후의 사태를 더 걱정하고 있습니다. 운송업계의 문제는 브라질 경제 전반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로 브라질 성장율 0.5%가 후퇴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3. 근본적인 문제는 페트로브라스의 구조 때문입니다. 석유과 가스의 채취 생산, 정제, 운송, 마케팅, 배분, 국제관계, 바이오 연료와 관련된 전세계 58위의 글로벌 기업이며 브라질 에너지 주 공급원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64%, 나머지는 민간이 소유한 구조(Empresa de capital aberto)입니다. 자연스레 ‘시장의 논리’가 개입할 수 밖에 없지요. 브라질 정치경제의 역사와 구조를 보면 자원의 개발과 보존에서 이 ‘시장의 논리’는 소수가 가진 막강한 자본에 휘둘렸고 비효율성과 부정부패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앤드류 피쉬맨 교수가 『브라질의 석유산업 (Petroleum in Brazil)』(2010)에서 브라질 석유자원의 개발과 보존이 1)정부 조정능력의 한계 2)지나치게 커다란 목표 3)인프라의 부족 4)기술적 능력의 부족 5)부정부패로 저해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4. 브라질의 모든 문제는 ‘너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입니다. 아무리 자원이 많고 곳간에 식량이 가득해도 창고가 새도록 내버려두고 도둑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면 아무런 소용이 없지요. 앞으로 몇 세대가 쓸 수 있는 석유가 있는 나라에서 최근과 같은 사태를 겪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이 문제의 접근은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이 ‘공공재’(公共財, Bem público)인가 아니면 ‘민간재’(民間財, Bem particular)인가의 인식 차이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공공재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비혜택을 누릴 수 있는 비경합성, 비배재성의 재화나 서비스를 말합니다. 민간재는 시장기구를 통해 공급되는, 경합성과 배재성의 특징을 지닙니다. 에너지는 선택의 대상이 아닌 삶의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소비자로서 선택의 폭도 좁고 유사한 상품에 의해 가격이 조정되기 힘든 공공재의 성격이 강합니다. 수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보듯 풍부한 에너지자원은 거대자본의 개입과 시장의 논리로 국가의 축복이 되기 보다 재앙이 되었습니다. 브라질은 역동적인 경제성장과 성숙한 시민 사회 운동의 경험 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강한 민주적 정부와 규제 구조를 통하여 ‘에너지의 공공성’의 길로 발을 내디뎌야 합니다. 경쟁하지 않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에너지 자원에 대한 성숙한 인식은 안정적 사회 유지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보장하는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