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일본인 인가요?” 브라질 사람들과 대화 중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묘한 기분일 때가 많습니다. 십 년 전 브라질에 처음 왔을 때 Sala São Paulo 합창 공연을 갔습니다. 고풍스럽고 세련된 건물과 시설에 한 번, 그리고 지휘자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랐습니다. 합창음악이 지휘자의 음악적 역량뿐 아니라 단원들과 깊은 의사소통(意思疏通)이 중요한데, 어떻게 외국인 그것도 일본인이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지요. 하지만 연주뿐 아니라 관객과 소통의 능력도 훌륭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국에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역사적 불편함 때문에 멀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브라질에서 우리가 일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같은 동양인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브라질에서 일본인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2009년 국립지리통계원(IBGE: Instituto Brasileiro de Geografia e Estatística)에 따르면, 1908년 처음 도착한 일본인들은 본국의 자본과 기술지원에 힘입어 농업기술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그들의 농가는 조직적으로 성장을 했고 많은 땅을 소유하며 현재 브라질 식량공급과 유지에 중요한 자원입니다. 상파울로, 빠라나, 바이아, 미나스 제라이스등 전국에 약 160만 명의 일본계 브라질인들이 5세, 6세까지 정착해 살고 있으며 이는 해외에서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많은 학자들은 일본 이민역사의 성공 이유로 사회동화(Integração Social)를 꼽습니다. 사회학에서 특히 이민자들의 삶의 경계와 수준을 결정하는 언어 습득, 제도, 법, 관습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그 사회의 주류로 들어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일본인들은 110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브라질 현대사의 굴곡을 함께 넘으며 사회적 자본을 축적 했고 정치, 경제, 사회문화 전반에 뿌리를 내리며 역사의 한 획을 그었습니다.
 브라질 일본인들을 자세히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로 일본어 보존(保存)이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110년은 모국어를 지키기 어려운 긴 시간입니다. 1세대 2세대를 지나오며 5세 6세까지 일본어를 써야 할 이유와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둘째, 국제결혼이 자연스럽습니다. 많은 일본인들이 현지인과 결혼했거나 그 자녀들입니다. 자연스럽게 일본인, 브라질인라는 인종의 경계가 흐려졌고 스스로를 브라질사람 혹은 현지화된 일본인이라고 말합니다. 셋째로, 1980년부터 일본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역이민 현상이 주목할 만 합니다. 얼굴만 아시안이지 속은 브라질사람인 그들은 수 많은 차별과 악조건을 감내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해 태평양을 건너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을 보며 한인의 미래를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한국어가 3세 4세대가 지나면서도 의사소통의 도구뿐 아니라 나라의 얼과 정신을 지키는 뿌리가 될 수 있을까요. 현재 한글학교 시스템이 미래세대의 가치를 담는 그릇이 되려면 누가, 어떻게, 어떤 주제로 고민을 시작해야 할지요. 현지인과 결혼을 부모의 경험과 선입견으로 결정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한국인의 정체성과 브라질 현지화 사이에서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결정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현재 한국으로의 역이민 현상을 봅니다. 이 추세를 경제적 문제로만 볼 수 밖에 없는 한인사회의 수동적인 시스템은 이민 60년 역사를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지 못한 까닭이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40년 뒤 한인이민 100주년에 어떤 모습으로 브라질 사회와 세상에 비춰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보다 먼저 걸어간 일본인들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배울 것과 버려 할 것을 분별하는 지혜와 결단으로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