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한인은 주류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아직도 소수민족으로만 인식되고 있습니까? 아니면 중간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까? 이 질문은 25년이 지난 LA 폭동을 떠오르게 합니다. 1992년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에서 과속으로 적발된 흑인 로드니 킹에 대한 백인경찰의 폭력진압과 무죄 판결은 인종차별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흑인사회의 분노를 폭발시켰습니다. 미국 주류(主流) 언론들은 한인과 흑인 사회 사이의 경제-인종적 갈등으로 여론을 왜곡합니다. 당시 임대가 저렴한 흑인 밀집지역에서 상권을 잡고 성장하던 한인들은 물건이 약탈당하고 가게가 불타는 등 일주일 만에 전체 재산의 절반을 잃었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한인 이민 역사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언어장벽, 멸시, 차별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앞만 보고 달려왔던 한인들은 조직을 정비하고 다른 민족과 어울리며 사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블레이럭(1967)과 보나시치(1973)의 ‘중간소수민족이론’(Theory of Middleman Minority)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이민 집단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설명합니다. 주류사회도 그렇다고 소외 계층도 아닌 이들은 중간지대에 위치하며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LA 폭동에서 비주류인 흑인/라티노의 주류 백인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는 두 집단 사이에 낀 한인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엄청난 피해를 야기했습니다. 폭동 2년 후, 뉴욕 퀸즈 칼리지 민병갑, 코로드니 교수는『미국 한인 이민자들의 중간소수민족이론 특징』(1994)에서 한인들이 (1) 소규모 자영업에 집중되어 있고 (2) 소수민족에게 서비스 제공하며 (3) 미국기업에 상품공급을 의존하고 (4) 강한 민족적 응집력을 가지며 (5) 사회 고정 관념에 복종하며 (6) 현지 사회로부터의 적대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브라질 한인들도 주류사회와 비주류 사이에서 성장한 ‘중간소수민족’이라고 할 만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의류 제품이 있습니다. 1962년 브라질 농장에 도착한 후 기술이 없어 도시로 나가 물건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유대인들이 떠난 의류 산업에 진출했습니다. 제품은 노동집약적인 소규모 자영업이어서 가족 단위의 협력으로 초창기 수많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과 아이디어, 소비자의 감성과 욕구 변화 대처에 부족했던 브라질 의류업계의 틈새에서 한인제품은 최고로 평가 받았고 한 번 유행을 타면 단기간에 엄청난 이윤을 낼 수 있었습니다. 강한 민족 문화 보존으로 말과 물이 설은 곳에서 정체성을 지키며 살 수 있었고 높은 교육열은 2세와 3세가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봐야 할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소규모 자영업, 소수민족 고객층, 강한 민족적 응집력은 한인 사회를 이끈 원동력이었지만 ‘중간소수민족’의 한계를 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히 돈벌이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에 소극적이어서 각 분야에 뿌리내리지 못한 것은 한인사회의 역동성과 무궁한 가능성을 가로막은 요인이기도 합니다. LA 폭동에서처럼 브라질 한인들은 인종적, 경제적 차별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경험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활동과 삶의 폭이 좁은 현실에서, 사회에는 별 관심이 없고 돈만 벌면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는 한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중간소수민족’이기 때문에 사회 갈등과 반목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증거입니다. 한 이민 사회는 경제력으로만 평가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한인 사회가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기여를 하며, 이웃이 어려울 때 함께 헤쳐가는 경험을 축적해 한 걸음 나아가야 할 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