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이다. 모국 방문 길에 대학동문들과 식사를 하며 우정을 교환했다. 마침 한우 갈비가 나오자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로 화제가 옮겨갔다. 그런데 그들 입에서 ‘양키, 코쟁이, 미국놈들’ 그런 말이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왔다. 모두 고품격 언어사용의 모범인 국어교사나 대학교수 출신들이었다. 그러더니 광우병 소동에 대한 내 의견을 물었다.  “뭐, 미국 인구가 좀 많으냐. 별 미친 사람들이 다 있지....허지만 모국에도 꼭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친미나 반미, 심지어 적미(敵美)를 외치는 것은 자유에 속하겠지. 그런데 학미(學美)가 빠졌어. 미국을 철저히 그리고 바르게 배우는 학미가 더 먼저 아닐까.” 그랬더니 더 말이 없었다. 지금은 광우병 소동은 미국 소가 미친 것이 아니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정말 미친 것은 지성적 판단보다 감정적 편견과 증오심을 앞세우는 남북과 해외의 우리 코리안들 아닐까. 파르르 끓다가 푸욱 식는 그 냄비근성 말이다. 
 지난 번 태풍 피해 때 미국의 전직 대통령 다섯 명이 한 자리에 앉아 피해자들을 돕자고 격려하던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중국공산당 전국대표자대회에서 시진핑 주석 좌우에 후진타오와 장쩌민 전 주석들이 나란히 앉아 회의하는 사진도 보았다. 역시 큰 나라 지도자들은 가슴도 참 넓다. 우리 모국 정치가들이 꼭 배워야 할 점이다. 삼대 세습, 정적살해, 철권 정치의 평양 정권이 바로 그것을 배워야 한다. 이승만부터 시작해서 전직 대통령은 무조건 범죄자로 만드는 후임대통령들과 그 지지 세력들도 배워야 한다. 혹시 문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교도소로 박근혜 피고를 방문, 손을 맞잡고 위로하는 그런 ‘파격정치’는 안 되나.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말씀도 듣지 못했던가.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의 해이다. 그 당시 로마가톨릭교회의 ‘적폐’를 과감히 청산하고 새로운 질서를 기독교 안에 세우겠다며 루터가 목숨 걸고 95개 조항을 선언한 날이다. 그런 결과 루터교회, 장로교회, 감리교회, 성결교회, 성공회, 침례교회, 오순절교회 등 개신교회들이 가톨릭교회에서 갈려나왔다. 종교개혁은 문예부흥과 산업혁명이 서로 원인과 결과가 된 역사의 크나큰 전환점이다. 이 세 가지 운동은 문명의 틀을 크게 바꿨고 그것을 주도한 북유럽과 북미국가들이 세계역사를 지금도 이끌어가는 굳건한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종교개혁운동에도 심각한 폐해도 있었다. 개신교회는 수많은 교파로 분열을 거듭해왔다. 이단세력 척결의 미명 아래 재침례파들을 비롯하여 많은 생명을 죽였다. 가톨릭교회와의 종교전쟁으로 1천만명 가까운 인명피해가 피차 있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교회일치운동인데 이 운동 자체가 또 분쟁원인이 되었다. 한국교회가 그 대표적 악례였다. 게다가 인류문명이 지구국가(global state) 형성을 향한 쾌속질주에 급제동을 거는 것들이 있다. 인종갈등, 영토갈등, 문명갈등과 함께 종교갈등이 지금도 창궐한다.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대학살적 전쟁’이 진행 중이다.
 그래서 다시 제2 제3의 종교개혁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종교는 그 뜻이 ‘가장 큰 가르침’ 곧 문명의 패러다임이다. 종교개혁이 결실되기까지는 많은 인물들이 십자가를 졌다. 그런데 종교개혁의 기수들은 루터, 칼뱅, 웨슬리처럼 한 결 같이 대학교수 급의 ‘지성적 신앙인들’이었다. 무엇을 말하는가. 신앙, 지성, 지도력의 균형적 조화를 이룬 사람들이 바른 문명의 미래를 건설하는 일에 앞장설 수 있다는 뜻이다. 편협한 감정적 선동가로는 안 된다. 그런데 역사변혁을 일으키는 통 큰 지도자에게는 모두 공통적 행동특성이 한 가지 있다. 작은 틀에서는 경쟁을 할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항상 협력을 주도한다는 사실이다. 로마가톨릭교회, 개신교회,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무신론자 등이 작은 틀에서는 경쟁할 수 있다. 허지만 큰 틀에서는 서로 협력하고 서로를 살리는 ‘글로벌 함생체 시대’를 창출해내야 한다. 인간생명 하나 하나를 절대적 가치로 삼는 문명 말이다. (대표저서:목회자의 최고 표준 예수 그리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