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미국 유학 시절 상파울로에서 온 유학생 윤한나를 만나 결혼해 아이들을 낳았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6살부터 선교사 자녀로 자란 아내는 브라질, 한국 그리고 미국의 교육과 문화를 경험했지요. 우리 아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인 정체성을 가지고 브라질에서 살고 있습니다. 엄마처럼 다양한 삶을 경험할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살아가는 방식은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대다수의 이민자들과 그 자녀들은 두 가지 이상의 문화권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1세는 본국을 떠나는 사건을 통해 전혀 다른 삶의 방식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1.5세는 정체성 형성기에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와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2세는 커가면서 부모의 나라와 태어난 나라 사이 선택지에서 정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민과 이민자는 전체 삶의 과정과 사건을 볼 때 그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세계화, 정보화 시대에 이민과 이민자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의 흐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민자들의 이동을 따라가는 작업입니다. 왜 어떻게 이주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이지요. 또 하나는 이들이 이민국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고민입니다. 사회통합과 문화적 동화가 화두입니다. 이 연구의 흐름에 최근 이민과 이민자들을 “인생 과정의 사건과 경험”(Acontecimentos e Experiencias ao Longo da Vida)의 틀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주목할 만 합니다. UC 얼바인의 쥬디스 트레아스와 뉴욕주립대학의 조야 구번스카야는 2016년 “이민, 고령화, 인생 과정”이라는 연구에서 이민을 “특별한 인생 과정의 사건의 연속”이라고 정의합니다. 한 이민자가 이주하고 혹은 태어나 자라고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름에 따른 변화와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개인 혹은 민족공동체의 다층적인 사회적 의미를 잘 드러낸다고 주장합니다. 왜 이주했는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이민자의 사회 통합을 나이 듦과 인생 과정을 통해 살펴보는 시도는 타 문화권의 삶을 바라보는 유용한 방법입니다. 브라질 한인 이민 역사는 1962년 40여 가정, 107명이 전쟁과 가난의 조국을 떠나면서 시작 되었습니다. 화물선에 실린 이들의 여정은 도착까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워주리라 기대했던 농장에서 기술이 없어 좌절을 겪었습니다. 무작정 도시로 나와 물건을 사오고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지만 영세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노동집약적인 의류제품이었고 성실과 연대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1984년 한-브 수교로 이민의 규모와 속도는 가속화 되지만 국제 정세와 경제 환경의 변화로 안정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브라질 이민은 9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지금 현재 상파울로를 중심으로 약 5만 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여러 모습으로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경제활동의 폭이 넓어지고, 사회 참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브라질 사회는 근면함과 창조성 그리고 모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으로 한인사회를 주목 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인 이민과 이민자들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먼저 선행 되야 할 것은 왜, 무슨 이유로 이주했고, 어떻게 적응하고 통합하며 살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대답입니다. 아직도 브라질, 중남미의 한인 이민에 대한 연구는 양과 질에서 중국, 일본의 것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축적된 연구를 발판 삼아, 브라질 이민자의 다층적인 이민 루트와 정착, 생존하기 위해 우여곡절의 시간을 겪었던 가족의 사회적 기능, 사회동화의 방편으로서 한인 커뮤니티의 흥망성쇠(興亡盛衰)의 역사, 한국-브라질 외교 문화 교류를 찬찬히 살펴보는 “인생 과정의 사건과 경험”으로서의 이해는 우리의 발자취를 보다 풍부하게 드러내고 가야 할 길을 제시 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