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살면서 자주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나는 브라질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가? 아니면 한국인들과 있는 게 편한가? 아니면 그 중간인가?” 이민 1세에게는 녹록하지 않은 타지 생활 때문에 던지는 질문이고, 1.5세와 2세에게는 한국-브라질 사이의 정체성 고민의 흔적입니다. 피부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섞여 사는 문제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동화(Interacao social)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 에 따르면, 이는 ‘함께 삶’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건의 종류를 말합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삶을 둘러싼 모든 상황과 관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모든 양식을 포함하지요. 특히 이민자들에게 사회적 동화는 삶의 순응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을 하러 나가고,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점심을 먹고, 대화하고, 생각하고, 의사 소통하는 것과 같은 나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총체적인 삶의 모습입니다. 이민자의 입장보다는 주어진 환경(Contexto)에 잘 어울리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이민자들이 세우고 이끌어온 미국은 오래 전부터 사회 동화 프로그램을 실행 해 왔습니다. 영어와 문화를 잘 가르쳐 이민자들의 노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정책과 예산을 투입했지요. 하지만 이 정책을 통한 인종의 용광로(Caldeirao Cultural) 정책은 한계에 부딪힌 것 같습니다. 멕시코를 위시한 히스패닉 문화권은 이제 앵글로 색슨 백인 주류사회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강하게 투영하고 있고,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등 아시안 커뮤니티는 자기의 문화를 간직한 채 미국 주류사회의 중요한 일원이 되고 있습니다. 이민자들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다문화주의(Pluralidade Cultural)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절대적인 진리를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사회는 “모든 문화는 좋은 것이다”는 믿음을 낳았고, 한 개인과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믿음, 가치, 실천이 공간적인 제한을 뛰어 넘어 존중 받고 보존 되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로 이어졌습니다. 이전에 등한시 되었던 이민자들의 삶과 문화가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교류하여 기존의 사회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지요. 그래서 현재 많은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국가들은 사회적 동화보다 다문화주의 정책을 추구하며 이들이 자국민에 위협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회 발전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 있는 한인들을 생각해 봅니다. 브라질은 역사적으로 외교적으로 이주정책과 이민자들을 관리해 온 이민자의 나라입니다. 정치 경제 문화 중심지인 상파울로에는 다수인 유럽인, 물라또(Mulato)들과 함께 중동인들, 일본인들, 중국인들, 한국인들, 수많은 이민자들과 그 후손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곳에 한인들은 더 나은 삶, 행복을 찾아 고향을 떠나 전혀 다른 문화권으로 왔습니다. 처음에는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브라질 사회에서 우리의 위치를 이해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민 역사가 반세기를 넘어가고 자녀를 낳고 자의던 타의던 브라질 사회의 한 일원이 됨에 따라 과연 이 땅에서 어떻게 다른 민족들과 더불어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브라질에서 잘 어울리며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한국인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브라질의 한인들은 사회적 동화와 다문화주의의 중간쯤 위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브라질화 된 많은 1세 일본이민자들과는 다르게 한인 1세들은 한국의 문화를 간직하려는 경향이 있고, 2세 3세들은 언어습득과 문화동화로 사회에 잘 어울리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사회적 동화와 다문화주의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어떻게 어울려 살 것인가에 대한 담론이 시작되어 세대별로 좌표를 찾아야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