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지 교통 사고를 만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다른 차량이 사고 났을 때 운전하면서 그것을 살짝 살짝 본다. 그것을 rubber necking 이라고 한다. 고무줄 목이라는 뜻인데 사고 났을 때 목을 늘여서 쳐다보면서 운전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생긴 것이다. 나는 프리웨이에서 사고를 만난 적이 있다. 비오는 날이었는데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이 교통 차량국에 운전 면허 시험을 보러 가야 하겠는데 같이 가 줄 사람이 없어서 나에게 픽업을 부탁한 것이다. 미국 목회자는 사랑 복덕방 노릇을 다 해야 한다. 신자들의 심부름을 다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선배인데 안 들어 줄 수가 없어서 같이 가기로 했다. 나는 운전하고 그 분은 뒤에 탔는데 그 분의 동서 한 분과 같이 셋이서 타고 가게 되었다. 나는 로렌 하잇츠의 플러톤 길에서 프리웨이로 진입하는데 로칼에서 프리웨이로 진입할 때마다 삥 돌아서 들어가게 되어 있다. 나는 그들보다 미국을 일찍 들어 왔고 또 운전도 잘했기 때문에 운전 시험 보러 가는 사람 앞에서 은근히 자랑하고 싶었다. 프리웨이로 진입하면서 속력을 내었다. 내 딴에는 운전 실력이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차는 빗 길에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프리웨이로 들어서기 전에 이미 차는 중심을 잃었고 들어서자마자 핸들을 이리저리 막 돌려 대니까 차는 빗 길에 휘청휘청 했고 나는 중간 가름대를 들이받고 정차했다. 저 뒤에는 큰 트럭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다른 차들과 충돌하지 않았고 내 차만 망가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뒤에 탄 사람들은 둘 다 다치고 피가 나고 난리였다. 나도 미국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서 지레 겁을 먹었다. 사람들이 빗 길에 차를 세우고 가만히 있으라며 어디 다친 데는 없느냐고 친절하게 안내 해주었다. 조금 있더니 구급차가 와서 우리를 싣고 병원으로 갔다. 응급실로 들어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나는 우선 교회 장로님한테 차 사고 난 것을 알려 드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 분은 미국 온지 오래 되었고 미국을 잘 아는 분이어서 조금도 걱정 말고 우선 보험회사에 알리라고 했다 나는 보험회사에 보고를 했다. 어떻게 했는지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나는 너무나 겁을 먹고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닌가, 잡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두렵고 무서웠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한다는 말을 들었었기 때문이다. 평생 처음 당해 보는 교통 사고였기에 큰 죄를 지은 것 같았다.
 아침에 사고가 났는데 밤늦게 집으로 왔다. 나는 병원에서 보험회사 이름만 알려 주고 나왔다. 어떻게 처리되는지 병원 비는 어떻게 하는지 도무지 몰랐다. 나를 잡아가지 않나 하고 늘 걱정을 하며 지냈다. 그런데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가도 나를 잡아가지 않았다. 나는 잡혀 가리라고만 생각했다. 경찰의 조사를 받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없었다. 사고 났을 때 이미 경찰 조사가 끝난 것이다. 참으로 이상하다 할 정도로 아무 일이 없었다. 그 사고를 통해 배운 것이 참으로 많다. 미국 사람들이 보통 때는 냉정한 것 같고 사람에게 아무 관심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일단 사고가 나고 도와 줄 일이 생기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다. 나는 교통 사고 났을 때 난감했으나 미국 사람들이 차를 세워놓고 도와주었다. 경찰을 불러 주고 구급차를 불러 주고 “다친 데 없냐, 괜찮다, 걱정 말라” 안심을 주고 모든 것들을 처리해 주었다. 특히 남자들 보다 여자들이 더 동정이 많은 것을 체험했다. 사고 당시 정신이 거의 없었으나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의 음성이 더 많았던 것을 기억한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나중에 “야, 미국 좋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비오는 날에는 운전을 특히 조심하라는 것이다. 그 전에는 몰랐는데 차 사고를 낸 다음에는 비오는 날은 특별히 조심한다. 그리고 보험 회사에 보고를 하면 회사에서 다 알아서 처리해 주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