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별의 날이 왔다. 스탠톤에서 하시엔다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담임 목회지가 하시엔다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가 문제였다. 지금 있는 동네는 개가 조금 짖어도 괜찮은 곳인데 하시엔다는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은 개를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했다. 아는 사람을 통해서 정말로 잘 기를 사람을 구해서 그 사람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우리가 이사하기 전날 그 사람이 개를 가져갔다. 그날 우리 식구들은 다 울었다. 개가 없어지니까 얼마나 섭섭한지 모른다. 나도 울고 아내도 울고 아이들도 울었다. 개가 없어진 것이 꼭 식구 하나 없어진 것 같았다. 하시엔다로 이사와서도 한동안 그랬다. 그 때 결심한 것이 있다. 앞으로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개와의 이별이 이렇게 슬프고 괴로운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렇게 슬프고 섭섭하리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애완 동물을 식구 취급한다. 사람과 똑같이 생각한다. 다이어트 식품도 먹이고 애완 동물의 무덤도 있고 비석도 세우고 애완 동물 병원은 말할 것도 없이 잘되고 병원에 가면 사람처럼 수술도 하고 약도 먹이고 주사도 맞고 사람과 똑같이 입원도 한다. 정말로 그럴 수밖에 없겠다 하는 것을 진돗개를 통해 체험했다. 어느 한국 분은 마켓에 가서 캔 푸드를 사다가 실컷 먹고 난 다음에 그게 사람이 먹는 것이 아니라 개가 먹는 것임을 알고 내뱉은 적도 있다고 했다. 미국은 개나 고양이 기타 애완 동물의 천국이기도 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엘에이 한국 영사관 앞에는 미국 동물 보호 협회 회원들이 한국의 개고기 먹는 일을 규탄하는 시위를 며칠째 하고 있다. 개고기를 꼭 먹어야만 하는가. 어떤 사람은 “한국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으니까 개판이 되고 말았다” 고 농담하는 분들도 있었다. 국제적인 망신을 받아 가면서도 그것을 먹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일이다. 아무리 개고기가 좋고 양질의 기름이고 뭐고 해도 개고기 먹는 일은 삼갔으면 좋겠다. 개는 의리 있는 동물이요 사랑을 주는 것만큼 보답하는 동물이다. 개만도 못한 인간이란 말을 한다. “네가 남에게 한 것과 같이 남도 너에게 그와 같이 하게 될 것을 각오하라”는 말이 있다. 개는 자기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너무나 잘 안다. 개를 통해 자신을 보라. 내가 사랑이 있는 자인지 아닌지. 요새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그리피스 팍에 등산을 간다. 아침마다 조그만 개를 만나는데 나를 보면 멀리서 벌써 알아채고 꼬리를 치며 달려와서는 내 품에 안긴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타인을 감동시키려면 먼저 자기가 감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하는 자만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자도 사랑하는 자이다. 나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는 것은 개도 할 수 있다. 나를 사랑하는 자만 사랑한다면 불신자와 무엇이 다른가. 불신자들도 남을 사랑할 줄 안다.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마 5:47). 주여,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을 받으면서도 하나님을 사랑할 줄 모르는 개만도 못한 인간은 아닙니까? 지금쯤 그 진돗개는 어디에 있을까?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한때 정을 주고 살았던 그 진돗개, 우리 식구들에게 기쁨이 되었다. 주여, 나도 나의 주인 하나님께 그토록 기쁨을 주는 종이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