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라 목사(신암교회 원로)

 

"6대 신앙 120년을 이어가는 3대(12명) 목사 가정 이야기”

 나는 고 양화석 목사의 셋째 아들로 1940년 음력 12월 28일 대한민국 경상북도 경주에서 태어났다. 내가 어머니 태 안에 잉태되어 있을 때부터 나의 아버지는 내게 “보라(保羅 :Poul)”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는데, 가끔 여자 이름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남자에게 “보라”라는 이름을 쓸 때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중국 성경에는 사도 바울을 “보라”라고 번역하고 있다. 한문(漢文)으로 “보라”라는 이름으로 작명(作名)할 때는 사도 바울(St. Poul)과 같은 훌륭한 복음전도자가 되라는 뜻이 담긴 염원을 가지고 지은 이름이다.
 1949년까지 아버지가 경주제일교회를 시무하시다가 그 교회를 떠나 대전중앙교회로 부임 하실 때 내 나이 9살이었다. 그러나 대전으로 이사 한 다음 해인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터졌다. 인민군들은 물밀 듯이 계속 남으로 쳐 내려와서 우리 가족은 부산으로 피난 할 수 밖에 없었다. 영도다리가 내려다보이는 보수동 산비탈에 깡통과 마분지 등으로 판자 집을 짓고 방 한 칸에 여덟 식구가 함께 밤을 지내는 생활을 했다. 계속해서 남으로 밀려온 피난민들은 남한의 최후의 보루인 부산으로 몰려서 저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길거리를 무작정 헤매였다. 배만 부르면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 해 여름이 지나가고 추운 겨울이 다가왔다. 굶주림에 추위까지 겹치니 피난민들의 고통은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길모퉁이에서 기거하는 피난민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셨는데 그것은 물을 끓여 나눠 주는 일이였다. 맹물이었지만 몸을 녹일 수 있어 아침마다 그들은 따뜻한 물 한 잔을 기다렸다. 어머니는 열 살이었던 내게도 물 나르는 심부름을 시키셨다. 아직도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한 것은 어디가 아픈지 모르지만 거동을 못하고 겨우 몸을 일으켜 매일 내가 배달한 물을 받아 마시던 40세 쯤 되어 보이는 어느 남자가 그 날에는 내가 물을 내어 밀어도 아무 기척이 없었다. 가까이 가서 어깨를 흔들어 보았더니 이미 죽어 꽁꽁 얼어 붙어 있었다. 서울이 수복 된 후 우리 가족은 대전으로 다시 올라왔지만 도시는 불타고 무너져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대전중앙교회 건물만은 원형 그대로 우뚝 서 있었다. 대전중앙교회는 나의 청소년 시절의 전부다. 대전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중앙교회 품 안에서 꿈과 추억들을 쌓아 갔다. 그러다가 1965년 김윤찬 목사님의 주례로 이혜숙과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결혼 후 3년 만인 1968년에 남미로 가는 이민 배에 올랐고 우루과이를 거쳐 브라질에 도착했다. 70일 동안의 배 여행과 46년의 흥미롭고 고통스럽던 이민 생활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목사가 된 후부터의 이야기를 간단히 적어 보려 한다.  
 나는 이장수 목사님이 분교장이던 국제성서신학교를 졸업하고 52세가 되던 해에 브라질 보수교단인 Igreja Presbiteriana Fundamentalista 쌍파울 노회에서 1992년 2월 23일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 목사 안수식은 아버지가 대전중앙교회를 은퇴하신 후 브라질에 오셔서 약 5년간 시무하시던 서울교회 예배당이다. 목사 안수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여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는데 안수 받기 직전 가까이 지내던 집사님이 이런 부탁의 말을 했다. “앞으로 목사가 되거든 설교는 좀 못하고 행정은 좀 서툴러도 진실한 목사가 되세요. 교인들은 진실한 목사를 원해요” 그 집사님의 부탁대로 나는 ‘늘 순수하게 복음만을 전하는 목사, 모든 일에 진실한 목사가 되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늦은 나이에 안수를 받았다. 서울교회에서 7년을 전도사로 섬길 때부터 쌍파울에서 50km 떨어진 Cotia라는 작은 도시에 현지인 교회를 세울 준비를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목사 안수를 받은 후 곧 “사랑의 동산 교회”를 담임하게 되었다. 삼년 후 두 번째로 현지인 교회 글로리아교회를 개척하여 예배당을 건축하게 된다. 이렇게 현지인 선교에 힘쓰던 중 한국인교회 선교교회와 신암교회에서 설교 부탁도 받고 담임목사로 청빙도 받게 되었다. 선교교회는 교회가 안정 될 때까지만 돌보기로 했기 때문에 약 삼년 만에 사임했다. 그 때 신암교회는 나에게 담임으로 와 주기를 간절히 요청해 왔다. 그리하여 신암교회가 현지인 교회에 협력하기로 하고 1995년 9월 3일에 Pari지역에 있는 신암교회에 부임하게 되었다. 부임 후 현지인 교회는 히바말 목사가 돌보게 하고 Amor교회와 신암교회를 겸하여 담임하게 되었다. 현지인 히바말 목사는 참으로 성품이 온순한 좋은 사람이었다. 부임 당시 신암교회 예배당 건물은 창고처럼 사용하던 낡은 목조건물이었는데 어느 주일날 예배를 드리던 중 천정 반자가 기울어져 반자를 뜯고 올려다 보니 건물을 받치고 있던 대들보가 부러져 있었다. 당장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여서 예배당을 새로 건축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당시 교세는 세례교인이 24명 세대 수로는 12세대였고 교인들은 아직 모두 안정되지 못하고 어려운 경제 형편이었다. 그래도 건축은 해야 하기에 주일 오전 예배 때 이렇게 광고를 했다. “제가 먼저 건축헌금을 작정하겠으니 나보다 형편이 못한 분들은 나보다 적게 하고 나보다 형편이 나은 분들은 더 많이 작정하라”는 내용이었다. 그 결과 1차 건축헌금이 7만 2천 불이 나왔다. 그 때의 교인들 생활 형편으로는 너무나도 많은 건축헌금이 헌금된 결과를 보는 순간 감사의 눈물이 핑 돌았다. 내 아내는 결혼반지를 비롯하여 돈이 될 만한 것은 모두 건축헌금으로 드렸는데 당시 건축위원장은 그냥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입당예배를 드릴 때 교인들 앞에 집사람을 불러내어 되돌려 줌으로 또 한 번 눈시울을 적셨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1997년 1월 13일 예배당 건축을 시작하여 무려 5년 4개월이 걸려 2002년도 5월 5일에 헌당예배를 드렸다. 예배당은 비록 적은 건물이었음에도 5년 만에 헌당예배를 드린 것은 교회 재정 형편을 봐 가면서 건축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배당 건축을 진행하는 중에도 교인들이 늘어나 장년 150명이 넘게 되었으니 하나님의 은혜였다. 이민 교포교회 장년교인 150명이면 수적으로 안정된 교회에 속한다. 헌당 후에도 교인들의 수는 계속 늘어 장년과 교육기관 합하여 450명이 넘으면서 200명 수용 본당 좌석이 비좁아 뒤에 서서 예배를 드리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당회는 제2차 예배당 건축을 가결하고 500석 정도의 예배당을 새로 건축하기로 결의했다. 2008년 4월 20일 시공예배를 드리고 3년간 건축을 완공한 후 2011년 5월 29일에 성도들이 기쁨과 감격한 가운데 두 번째 헌당예배를 드렸다. 당시 건축위원장과 나는 한데 어우러져 헌당예배를 드리면서 고생스러웠던 일들을 기억하면서 몰래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신암교회를 처음 담임할 때 콤비차(봉고)를 타고 다녔는데 그나마 예배당 앞에 세워 놓았다가 도난을 당했다. 당회는 담임목사에게 새차를 구입해 드리자고 결의하였으나 새차를 타는 것이 호사스럽게 생각되어 중고차를 타겠다고 고집을 했다. 자랑하려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모든 일에 언제나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의 유익을 우선순위로 생각했다. 누가 믿어주든 안 믿든 이것은 나의 진심이었다. 어느덧 내 나이 칠십이 되었다. 칠십이면 미련 없이 은퇴할 것을 마음에 생각하고 있었기에 2011년 12월 11일에 이취임식을 하게 되었고, 교회는 100% 만장일치로 나를 원로목사로 추대해 주었다. 이 일로 하나님은 영광을 받으셨고 나 개인은 감사할 뿐이었다.
 은퇴 후 나는 그동안 섬겨오던 신암교회에서 현지인 교회인 Amor교회로 거처를 아주 옮겼다. Amor교회는 허허벌판이었던 땅이었는데 그동안 땀흘려 일일이 가꾼 정성과 사랑이 고여 있는 곳이다. 상파울 시내중심에서 50km 떨어진 오지이지만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며 내 인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선교사역에 남은 힘을 쏟으려 한다.
 예천교회사를 보면 1902년도에 고조 할아버지인 양조환 장로가 예첩읍교회를 창립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장로가 되시기 전 1890년도 후반 쯤 할아버지가 예수를 믿기 시작했을 것 같다. 우리 가정은 6대에 걸쳐 120년을 멈추지 않고 신앙의 흐름이 계속되어 온 것이다. 7대. 8대.... 그 후의 이야기는 우리 후손들이 기록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음과 같이 가족 신앙의 족보를 만들어 보았다. 또한 독자들도 신앙의 족보를 만들어 후세들에게 믿음의 유산으로 남겨둘 만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다 음>
 -1대 : 양조환 장로
 -2대 : 양재건 전도사
 -3대 : 양화석 목사
 -4대 : *양화석 목사의 4남 2녀
 장남 양승만 목사, 차남 양승한 장로, 삼남 양보라 목사, 사남 양삼열 목사, 장녀 양의숙 사모(박화일 목사), 차녀 양현숙 사모(심재정 목사)
 -5대 : *양승만 목사의 2남 2녀
 장남 양원모 목사, 차남 양현모 선교사, 장녀 양혜란 선교사, 차녀 양혜신 선교사
 *양승한 장로의 3남 2녀
 장남 양성모 목사, 차남 양창모 집사, 삼남 양영모 집사, 장녀 양은희 권사, 차녀 양선희 권사
 *양보라 목사의 2남 1녀
 장남 양정모 목사, 차남 양경모 목사, 장녀 양에스더
 *양삼열 목사의 2남
 장남 양준모 목사, 차남 양솔로몬
 *양의숙 사모의 1남
 장남 박성범 선교사
 *양현숙 사모의 1남
 장남 심성보 목사
 -6대 : 양성희, 양진희, 양희원, 양은혜, 양희석, 양희진, 양희준, 양민니, 양희찬, 양찌화니, 양사무엘, 양이삭
 등이 미국과 브라질에서 2세, 3세로 성장하고 있다. 이제 곧 7대로 신앙이 이어질 것이다. 나의 바람은 우리 아들의 아들들이 선진들의 뒤를 이어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는 사역을 계속 이어 주기를 소원하는 마음이다.
<2016년 사랑의 동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