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가족은 외롭다. 왜냐하면 신자들이 모두 목회자의 가족은 목사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목회자의 자녀들을 PK(Preacher’s Kid)라고 부른다. 선교사의 자녀들을 MK(Misionary Kid), 의사들의 자녀들을 DK(Doctor’s Kid), 교수들의 자녀들을 TK(Teacher’s Kid) 라 부른다. PK들은 아버지가 목회하는 교회에 다녀야하는데 어렸을 적부터 목사의 자식이라는 짐 때문에 말도 함부로 못하고 행동도 함부로 못한다. 많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목사의 아들이, 또는 딸이 그러면 못써“ 그렇게 나간다. 그러므로 목회자의 자녀들이 탈선하는 일도 많고 잘못된 길로 빠지는 일도 많다. 가난하기 때문에 부자하고 결혼하겠다는 딸들도 있고 아들들은 목사가 되지 않고 장로가 되어서 교회에 봉사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목사는 자식의 졸업식에는 못 가지만 교회 중직인 장로의 자식의 졸업식에는 가주어야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졸업식이 있다면 나는 장로 자식의 졸업식에 참여하고 아내는 자식의 졸업식에 참여하는 일들이 있다. 이렇게 자녀들은 희생을 당한다. 한번은 하시엔다 연합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사람들이 밀려나오는데 나는 문밖에 서서 신자들과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했다. 여자 신자들과는 ”안녕하세요“ 말로 인사를 일일이 한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내 아들이 나올 때는 손도 잡아주지 못하고 따뜻하게 말도 못해주고 그냥 지나쳤다. 그 자식은 손을 내밀며 악수하려 했고 내 아버지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는데 나는 성도들을 우선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그 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컸겠는가 생각하면 늘 후회가 된다. ”스티브“ 라고 크게 이름을 부르면서 손도 잡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성도들의 눈을 의식하면서 그렇게 못한 것이다. 사람들이 시기하건 질투하건 상관없이 내 자식을 우선해 주어야 하는데 신자들은 자신들을 우선해 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그 일을 후회하고 있다. 지금쯤이면 잘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미국에 들어오셨다. 예배 드리고 교회 식당에서 식사를 나누는데 모든 노인들에게는 일일이 따뜻하게 인사를 하면서도 내 어머니에게는 따뜻하게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모든 신자들이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목사가 자기 가족만 알고 신자들은 안중에도 없다고 하는 말들을 자주 듣기 때문에 너무나 조심스러워 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님은 섭섭해하는 눈치셨다. 그 많은 신자들 앞에서 이 교회 목사가 내 아들이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데 내가 그렇게 못하도록 늘 자리를 멀리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회자의 가족은 외로운 것이다. 동생 네 가족이 미국에 이민을 왔다. 모두 내가 목회하는 교회에 다녔다. 그러나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안수집사로 성가대 지휘자로 중 고등부 교사로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형님 교회에 오니까 사람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식사 끝나면 조용히 나가는 것이다. 열심히 앞장서서 하면 설친다 그러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목사의 동생들이 오합지졸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예 교회의 내 방에 들어오지도 못한다. 신자들이 동생들보다는 자기네들을 더 사랑해 달라는 눈치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생들은 교회를 다른 데로 옮기고 싶어하지만 미국 생활은 가족, 친지, 학연, 지연 이런 관계로 대개 형성되기 때문에 떠나지도 못하고 고민하는 가운데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은 담임인 내가 직원회에서 곤경에 처하게 되자 동생이 나서서 발언을 했다. 그랬더니 “목사의 동생인줄 압니다. 그냥 들어가세요” 등등의 야유를 했다. 목사의 동생이기 때문에 바른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이민 사회는 교회는 많고 인구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신자 한 가정 얻기가 속된 말로 하늘의 별 따기 보다 어렵다라고 말한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꾹 참고 형제들은 재미없는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교회 나가면 대접도 받고 열심히 일들을 할 사람인데 이런 저런 보이지 않는 압력들 때문에 숨죽이고 신앙 생활을 하는 것이다.
 아내의 삶은 더욱 괴롭고 가슴 아픈 것이다 하나님께서 어느 교회에 청빙을 받을 때에는 목회자를 불렀지 아내나 그의 가족들을 부르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목사에게 사례비를 주는 것이지 아내 몫까지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이민 사회가 특수하기 때문에 목회자의 아내는 목사와 함께 모든 일을 해 주기를 원한다. 사모에게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교회의 어려운 일을 해 주기를 바라고 일하지 않으면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하게 된다. 그러니 이민 목회자의 아내는 항상 부엌에서 살고 궂은 일을 다하고 봉사에 앞장서서 일하게 된다. 목사야 사례비를 받으니까 욕을 먹으면서도 일을 해야 하지만 아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사례비도 없고 일은 일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하나님의 보상이야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