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 D를 미국 학생들은 그 분야에서 제 일인자 아니면 정말 그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자가 되려 한다. 그러나 한인 학생들은 PH. D 학위를 받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전체가 그런 게 아니라 보통 그런 일들이 많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아주사 신학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John Hartley 교수가 강의를 하는 도중에 헤겔의 변증법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물었다. 한 25여명의 신학 대학원생들이 앉았는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나는 알고 있으면서도 영어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들까 말까 하다가 손을 들고 나가서 칠판에 쓰면서 설명했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새로운 눈으로 나를 보았고 그 다음부터는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또 그 교수님의 수업은 성적도 항상 좋게 나왔다.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온 사람들은 실력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영어로 듣고 말하고 쓰는 것이 부족해서 늘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부터는 좀 자신감도 생겼다. 입학한지 5년만에 졸업했다. 3년이면 끝나는 과정인데 목회를 하면서 공부하므로 늦어졌다. 그러나 참으로 좋은 경험과 공부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John Hartley의 성경 연구방법이나 구약 세미나는 생애에 정말 잊을 수 없는 좋은 강의였다. 그래서 내 아들에게도 청강을 추천했다. 그것은 지식만을 전달해준 강의가 아니라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공부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평생 그렇게 공부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 분은 유명한 교수로서 Word Book Commentary의 레위기 주석을 쓰신 분이다. 졸업식 하는 날 부모님도 오셨고 교회 신자들도 오셨고 아는 분들이 많이 나와서 축하해 주었다.
 그런데 정말 공부다운 공부는 탈봇 신학교에서의 목회학 박사 과정을 공부할 때이다. 여기서 공부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한 과목당 6학점씩을 주었고 6과목을 하면 36학점을 얻게 되고 논문을 쓰면 6학점이 가산되어 42학점이 되어야 졸업하게 되어 있었다. 교회 성장에 대한 과목을 예로 들면 강의 전 3개월 동안은 교수가 요구하는 책들을 3000 페이지 이상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매 책마다 읽은 내용을 형식에 따라 다 적어서 제출하게 되어 있다. 인상적인 내용, 새롭게 발견한 내용, 비판할 내용 등 매 책마다 페이지를 제시하면서 써서 제출하게 했다. 이 훈련이 내게는 매우 유익했다. 3000 페이지 이상이면 대개 18권 정도를 읽어야 했다. 3개월 동안에 영어로 그렇게 읽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목회 하면서 읽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스키 타러 갔을 때 아이들은 스키를 타고 나는 차안에서 책을 읽고 낚시나 서핑을 갈 때도 아이들은 놀고 나는 차안에서 또는 나무 그늘에 앉아서 책을 읽은 일이 있다. 아이들이 아파트 수영장에서 놀 때에도 나는 그늘에서 책을 읽으며 살폈다. 그렇지 않으면 따라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코피를 흘린 일도 자주 있었고 풀러 신학교, 탈봇 신학교의 서점으로 자주 드나들었다. 어떤 때는 책을 다 읽지 않고 대강 대강 읽은 적도 있으나 대부분 3000 페이지 이상을 읽고 매권마다 주어진 형식에 따라 독후감을 다 쓰고 제출했다. 적어도 읽는 데는 따라 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 학생들은 금방 금방 읽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목회하면서 공부를 하려니 참으로 힘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럴 때에 교회가 부흥했다는 것이다. 목회에 전념하지 못하고 공부에만 매달려도 부흥이 되었다.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3개월 동안 책을 읽은 다음에는 일주일 동안 강의를 듣는다. 교회 성장에 대한 강의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월요일에서부터 금요일까지 강의를 들었다. 그러나 3개월간 책을 읽었기 때문에 듣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고 산지식이 되었다. 강의가 끝난 다음에는 3개월간 교회 성장에 대한 논문을 싱글 스페이스로 40 페이지 쓰게 했다. 그래야 한 과목이 다 끝나게 된다. 이런 훈련을 몇 번 받으니까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목회 생활에 그리고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